담합 유인 지적에 현대차, 입찰제도 개선
현대자동차그룹이 발주한 알루미늄 합금 입찰에서 10년간 담합해온 8개 제조사가 200억 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담합 유인이 있다는 지적을 수용, 상생협력 차원에서 입찰제도를 일부 개선했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자동차그룹이 실시한 알루미늄 합금 구매 입찰에 담합한 알테크노메탈 등 8개사에 총 206억7,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알테크노메탈은 가장 많은 38억1,200만 원, 나머지 7개사는 2억2,100만~34억9,700만 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들은 자동차 엔진케이스나 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알루미늄 합금을 잉곳(고체상태), 용탕(액체상태) 형태로 납품해왔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8개사는 공장을 멈추면 알루미늄을 녹이는 용해로가 파손될 수 있고, 선주문 원재료 비용 부담을 질 수가 없어 적극 담합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입찰일 전날 만나 전체 발주물량을 배분하고, 그에 맞춰 품목별 낙찰예정 순위·투찰가격을 결정했다. 2014~2015년과 2017년엔 아예 연간 물량배분 계획까지 수립했다. 이 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물량담합 및 입찰답함 금지위반에 해당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담합이 협력사에 불리한 입찰제도 영향도 있다는 공정위 판단에 따라 제도를 일부 개선했다.
이전까진 품목별로 여러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한 뒤 납품 가격은 투찰가 중 최저가로 정해왔다. 문제는 현대차 쪽 최저가가 기아차에도 적용됐다는 점이다. 부산항에서 수입된 알루미늄이 가공을 거쳐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차 화성공장에 납품되기까지 운송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도 양쪽에 같은 납품가격을 적용해온 것이다. 기아차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입찰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은 알루미늄 납품가격에 일괄적으로 포함된 운반비를 별도로 책정해 울산공장과 화성공장 운반비용을 달리 지급하기로 했다. 또 낙찰사 중 1곳엔 납품 포기권을 공식 보장해주기로 했다. 납품 가격이 예상보다 낮게 결정된 경우 불이익에 대한 걱정 없이 납품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신기 민수입찰담합조사팀장은 “불합리한 입찰제도에 대해선 앞으로도 적극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