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워싱턴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포럼 주최
"미국도, 중국도 이웃... 완벽한 '디커플링' 없을 것"
"반도체, 옛날처럼 비용 싼 데만 쫓아다닐 수 없어"
“(미국과 중국 간 양자택일 압박은)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그런 걸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기업)가 거기에 답을 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미국도, 중국도, 저희가 보면 이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중 간) 완벽한 ‘디커플링(분리)’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들 생각하니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일(현지시간) 심화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이렇게 분석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산업 각 분야에서 미중 경쟁과 대립이 격화해도 기업은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날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최종현학술원’이 미국 워싱턴 인근 살라맨더리조트에서 개최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국제포럼에서 특파원들을 만났다. 그는 SK는 물론 한국 기업, 경제가 안고 있는 고민과 현안에 답변을 내놓았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국 압박이 SK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최 회장은 “국가별, 혹은 국가끼리 갈등이 일어나면 이런 문제가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힘든 것만 있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려운 숙제도 계속 다가오고 좋은 기회도 계속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갖 종류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런 상황이 생기면 그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미국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중국 공장 배치에 제동을 걸어 논란이 됐던 문제도 최 회장은 덤덤히 정리했다. 그는 “현상이 나타나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라며 “아마도 비용이 더 들어가는 문제가 생길지 모르지만 중국 공장은 계속 돌아가고, (한국) 용인에다 얼마든지 더 커다란 것을 투자하고, 미국도 큰 시장이니 (공장을)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옛날처럼 비용이 싼 데만 쫓아다닐 수는 없다는 문제가 온 것”이라며 “과거 하이닉스가 중국에 공장을 짓는 건 비용이 줄어든다는 얘기였으나 지금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비용 산출 계산법이 달라진다”라고도 했다.
최 회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기후변화 대응을 꼽았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더 큰 리스크는 기후변화”라며 지금과는 다른 협력 체계 구축 필요성도 언급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을 통한 세계 백신 불평등 해소 전망 질문도 나왔다. 이에 최 회장은 “(제조) 계약 물량이 꽉 찬 상황이라 약속된 것을 다 만들어야 그 다음 것을 저희가 만드는 것”이라며 “저희가 만들 경우, 가능하면 많은 나라에 (백신) 불평등이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공급할 수는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미중 경쟁 국면에 미국에서 한미일 전·현직 관료, 학자를 불러 외교안보 세미나를 개최한 것과 관련, “서로 간에 뭐가 다른지 최소한 이해하기 시작하면 갈등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세미나를 이미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일본 도쿄 등에서 개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이번 포럼에는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 조셉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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