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내년 봄 금리인상 전망까지
중국은 지준율 인하로 유동성 풀어
"유동성은 증시 훈풍... 글로벌 긴축은 경계해야"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최근 들어 상반된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우리 경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조기 긴축을 저울질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최근 경기둔화 우려에 유동성 공급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미·중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큰 우리로선 양국의 180도 다른 통화정책 노선이 미칠 파급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조이고, 중국은 풀고... G2의 정반대 행보
7일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의 전격적인 지준율 인하로 미국과 중국은 엇갈린 통화정책을 펼치게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으로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연일 밝히고 있다. 이에 현지에선 이르면 내년 상반기 내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될 거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오는 15일부로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시중에 1조2,000억 위안(약 223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성장률 둔화와 최근 헝다발(發) 부동산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인데,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맞서 무제한 돈 풀기를 시행해온 주요국들이 최근 긴축 채비에 나선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 경제 대국이 정반대의 통화정책으로 코로나 2주년을 맞이하고 있다"며 "어느 쪽이 옳은지 단정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준율 인하, 증시에 긍정적이지만... "긴축은 거스를 수 없어"
전문가들은 양국의 엇갈린 통화정책 행보가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조기 긴축 우려에 경계심을 드러내던 국내 증시의 경우 중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늘어난 유동성이 경기를 부양하고, 시차를 두고 우리 증시에도 훈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예상이다.
KB증권은 "중국 지준율 인하는 약 3~6개월 이후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경기 반등으로 이어진다"며 "소비주 등을 중심으로 한국 증시 상승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중국의 유동성 공급이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수출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돈 풀기 기조가 이어질 경우 중간재를 중심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의 지속적인 돈 풀기가 위안화가 약세로 이어져, 중국산과 경쟁하는 한국 제품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과거 "위안화 약세 시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합도가 높은 품목일수록 수출 감소폭이 확대됐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 긴축은 우리 경제와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고금리를 찾아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투자금이 크게 늘고, 이는 증시 유동성과 기업 투자활동 감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도 선제적 금리 인상을 단행할 전망인데, 이 역시 경제 회복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김광석 현대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의 지준율 인하는 자국 내 금융부실을 막기 위한 미세조정 성격의 조치"라면서 "미국발 글로벌 긴축 전환 흐름은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우리 경제 파급효과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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