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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악화·불법노동이면 부품 하나도 쓸 수 없다

입력
2021.12.07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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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희
이형희SK SUPEX추구협의회 SV위원장·사장

편집자주

바야흐로 ESG의 시대다. 기업, 증시, 정부, 미디어 등 모든 곳에서 ESG를 얘기한다. 대세로 자리 잡은 'ESG의 경영학'을 하나씩 배워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ES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ESG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이제는 보편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기업에 많은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탄소중립을 비롯한 환경 문제는 물론 사회, 지배구조 문제들에 대해 더 이상 외면하기는 어려워졌다고 인식을 하기 시작했고, 문제의 해법에 대해 기업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ESG가 기업들에 많은 숙제를 주고 있는 와중에 추가적으로 해야 할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EU에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 실사 의무'에 관한 것인데 금년 내로 EU의회 통과가 유력하게 전망된다.

법안은 EU 내에서 판매되거나 생산되는 제품은 "완제품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에 대해서도 노동, 인권보호, 기후변화대응을 잘 하고 있는 업체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것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즉, 어떤 제품을 EU국가에 수출을 할 때 만약 그 제품의 부품 업체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부당한 노동행위가 있었다든지, 이산화탄소를 과다하게 배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부품을 사용했다면 EU정부 차원에서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완제품 제조업체에서 협력업체에 대해 실사 활동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EU시장에 대한 판매금지 등을 포함하여 매우 큰 경제적, 법적 책임이 뒤따르게 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처럼 공급망 전반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리가 강화되는 것은 EU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7월에 있었던 G7정상회담에서도 공급망 ESG관리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공급망에서 강제노동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 해당 공급망에서 부품과 원재료를 공급받아 완제품을 만드는 업체에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합의를 한 바 있다. 물론 이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 속에서 신장 위구르지역의 강제노동 사례를 근거로 글로벌 기업들과 중국 간의 거래를 위축시키려는 일부 국가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완제품 업체에 대한 공급망 관리 의무"가 규범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미 법제화 단계까지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규제리스크가 생기다 보니 자본시장에서도 기업들의 '공급망 실사'는 ESG 중에서 S분야의 주요 평가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즉, 자본시장의 입장에서 볼 때 '환경 오염을 외주화'한다든지, '위험한 작업을 외주화'해서 본체의 ESG평가를 좋게 만드는 것은 편법일 수밖에 없고, 실질적인 법적 리스크가 커지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급망 실사 현황을 꼼꼼하게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 현황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기업은 공급망에 대해 납기와 품질, 단가는 철저하게 챙기지만 협력업체의 ESG수준을 챙기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기업 자체도 올해 들어서야 ESG경영에 대한 고민을 막 시작한 마당에 협력업체의 ESG수준을 챙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기는 하다. 더구나 대기업이 공급망실사를 하는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노동 관행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든지, 환경관리 문제에 깊게 관여하거나, 문제가 있는 협력업체에 거래 단절을 통보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자칫 대기업의 ‘갑질’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공급망 실사 관련 주제는 또 다른 무역 장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해서 외면할 수만은 없으며 지금부터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형희 SK SUPEX추구협의회 SV위원장·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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