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나올 데 없으니" 경매도 관망세...서울 아파트 낙찰률 올해 최저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 62.2%
평균 응찰자 수 역대 가장 적은 2.8명
대출 규제·취득세 부담 적은 초저가 아파트 수요↑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 4별관 경매법정. 한국일보 자료사진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틈새 시장'으로 여겨졌던 경매 시장에도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돈 줄이 막혀서다. 대신 취득세와 자금 조달 부담이 덜한 '1억 원 미만' 초저가 아파트에는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6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11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52.9%로 전월(55.9%) 대비 3.0%포인트 하락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월 106.2%에서 지난달 104.2%로, 평균 응찰자수는 6.6명에서 5.6명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주요 경매 지표. 지지옥션 제공

지역별로는 서울 아파트 경매지표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된 아파트 경매는 전체 45건 중 17건이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낙찰률(62.2%)이다. 10월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던 낙찰가율은 한 달 만에 12.0%포인트 축소(119.9%→107.9%)됐고 평균 응찰자도 역대 최저인 2.8명으로 줄었다.

3개월 연속 120%대의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던 인천의 경매 열기도 한풀 꺾였다. 지난달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120.1%→111.9%)과 낙찰률(75.0%→62.8%)은 각각 8.2%포인트, 12.2%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는 올 들어 가장 적은 5.8명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관리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조치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경매 물건의 경우 토지거래허가제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로부터 자유롭지만 대출 규제가 일반 매매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경기 아파트는 지난달 낙찰률(72.5%→76.0%)이 소폭 상승하는 등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외곽의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 중과 면제 대상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낙찰가율이 가장 높은 경기 아파트 물건 10건 중 6건이 공시가격 1억 원 이하였다"며 "저가 아파트에 대한 정부의 투기 방지책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투자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