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민주화운동과 교육운동에 헌신하며 ‘저항문학의 상징’으로 불렸던 송기숙 전남대 명예교수가 5일 저녁 8시 별세했다. 향년 86세.
1935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남대 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마친 뒤 목포교육대학을 거쳐 1973년 모교인 전남대 국문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유신의 칼날이 서슬 퍼렇던 1978년 학생 감시 차원에서 ‘학생지도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정권에 항의하며 10명의 동료 교수들과 함께 ‘우리의 교육지표’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유신 정권에 대항하는 광주지역 학생운동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된 이 선언문으로 고인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 징역 4년형을 받게 된다.
1년 복역 뒤 석방됐지만 곧이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맞았고 시민군 협상대표인 수습위원으로 활동하며 다시 한번 내란죄로 구속된다. 이로 인해 10개월간 복역했다. 이후 해직 7년 만인 1984년 8월 전남대에 복직해 2000년 8월 정년퇴직 때까지 후학을 양성했다.
고인은 1965년 현대문학에 평론 ‘이상서설’로 등단했다. 이듬해 단편소설 ‘대리복무’를 발표하며 소설가로도 등단했고 이후 다양한 역사소설을 써내며 민족문학의 본령을 지켜왔다. 교육지표 사건으로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당시 쓴 ‘암태도’를 비롯해 동학농민운동의 전모를 그린 12권짜리 장편소설 ‘녹두장군’, ‘자랏골의 비가’, ‘오월의 미소’ 등 장편소설과 소설집 ‘백의민족’, ‘도깨비 잔치’, ‘개는 왜 짖는가’ 등을 꾸준히 펴내며 한국근현대사를 펜으로 꿰뚫어왔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초대 의장, 전남대 5·18연구소 초대 소장, 광주전남정치개혁시도민연대 상임대표,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회장과 총선시민연대 공동대표, 대통령 직속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초대위원장 등을 맡으며 사회 활동도 활발히 했다. 최근까지 전남대 명예교수를 지냈다.
현대문학상(1973), 만해문학상(1994), 금호예술상(1995), 요산문학상(1996) 등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교육지표 사건과 관련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국가로부터 받은 형사보상금 전액을 대학에 기부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7일 오후 1시. 코로나19로 인해 조문은 받지 않는다.
다만 광주에서 그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분향소가 마련됐다. 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지역 시민단체들이 이날 오후 5시부터 동구 YMCA 무진관에 분향소를 열었다. 분향소에는 교육 민주화와 노동인권, 5·18 민주화운동 등에 나서며 행동하는 삶을 살아온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는 7일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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