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 '모여라땡땡땡' 운영기 책으로 출간
"함께라면 농촌살이도 해볼 만하죠"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지만 함께라면 해볼 만하다. 하물며 귀농·귀촌이라면. 공통점이라곤 생물학적 성별밖에 없는 여자 9명이 시골에서 만나 으쌰으쌰한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최근 출간된 '공동경비부엌 모여라땡땡땡'이다. 이선영(필명 키키), 최세연(별나), 권애자(시루), 최수원(바비), 이금월(수작), 윤경희(햇살), 이현경(슨배), 정소라(로제), 김드보라(하하)씨의 공저다.
"'모여라땡땡땡'은 9명의 여성이 1~3명씩 팀을 이뤄 요일을 맡아 일주일에 하루씩 운영하는 요일식당이에요. 처음 우리 공간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는 많은 설명이 필요했죠." '모여라땡땡땡'의 총괄매니저인 이선영(42)씨는 "처음엔 모두 '우리가 어떻게 식당을 하느냐'며 손사래를 쳤다"고 했다. 하지만 '각자가 평일 5일 중 하루를 맡아 점심만 한다' '직접 기르거나 친척들이 시골에서 보내준 식재료로 가족을 위해 밥을 짓듯 운영한다'고 재차 삼차 설득에 나서자 이내 마음을 바꿨다. 2016년 3월 문을 연 '모여라땡땡땡'의 시작이다.
느슨하면서도 끈끈하게 쌓인 세월만 벌써 6년이다. '모여라땡땡땡'이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모두가 사장이라는 것,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요리하는 것, 농사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 일과 놀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쓴다는 것, 최대한 지역사회와 연대한다는 것…." 말을 늘어놓던 이씨는 "살아온 이력도 배경도, 취향도 다 다른 우리를 묶어주는 건 뭘까. 결국 결이 맞는 사람들이라서인 것 같다"고 했다.
9명이 공동집필한 이 책이 '모여라땡땡땡'의 운영기를 빙자한 여성 연대기인 이유다. "'모여라땡땡땡'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아니라 온기를 나누는 곳이에요. 외지인으로 살기엔 여전히 감수할 게 많은 게 농촌살이죠. 서로가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돼주고, 저를 저로 있을 수 있게 지켜주는 게 '모여라땡땡땡'이에요." 9명은 경제공동체를 함께하는 동료이면서 이웃이고 친구다. 우주 최강 연대력을 뽐낸다. "드라마에선 여자들이 모이면 으레 시기, 질투를 하는 걸로 비치죠. 그렇지 않다, 실생활 속 여성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든든한 뒷배를 얻은 9명의 여성은 '모여라땡땡땡'을 발판 삼아 각자의 삶을 확장해 나간다. 텃밭 교육을 하거나 요리와 공예를 가르치는 방과후학교 강사로 나서고, 공방, 출판사를 차리는 등 '모여라땡땡땡'에 목숨 걸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산다. 이씨의 표현대로라면 '스스로 서서 더불어 살기'다. 그는 "'모여라땡땡땡'이 제철 재료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를 나누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음식점, 귀촌을 생각하거나 귀촌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드나들며 소통하는 아지트이자 문화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현재 '모여라땡땡땡'은 휴업 중이다. 임차했던 건물이 재개발로 헐리면서 새로운 공간에서 내년 봄 재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 내 마음이 맞는 협동조합들이 함께 올린 건물에서 '모여라땡땡땡'은 2막을 열게 된다. 이씨는 "저희 목표는 전과 같이 매출이 아니라 '지속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성장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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