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기존의 인형들' 9~11일 M극장
인형 작업자 이지형, 다방면 연출 3명
인형 통해 사람 이야기 전하는 단막극
애니메이션에 '어른들을 위한'이란 수식어가 붙는 게 더는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아동극 대표 장르로 여기던 인형극도 이 틀을 깰 수 있을까.
인형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인형 작업자' 이지형씨가 제작한 공연 '2021 기존의 인형들(Post Puppetry)'은 이런 목표를 안고 막을 올릴 준비를 마쳤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 3D프린팅기업 글룩이 후원하는 이번 공연은 인형을 단순한 소품이나, 극적 장치로만 사용하지 않고 극의 중심에 뒀다. 지난해 뮤지컬 '빅 피쉬' 무대에 오른 대형 인형을 만들어 주목받기도 했던 이지형씨는 "인간 중심에서 벗어난 작업을 하고 싶었다"면서 "인형 작업자가 마주한 한계에서 출발해 인형의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그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8년 초연 당시 발견한 인형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상상으로 이번 무대를 준비했다. 연출가 3명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인형과 함께 구체적 키워드를 전달해, 인형과 완성된 극이 더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무대 미술가 출신인 연출에게 그의 시각적 감각을 더 활용할 수 있도록 3D프린터로 제작한 새 재료의 인형을 제시하는 식이다.
인형에서 영감을 얻은 연출가들은 20~30분짜리 단막극을 선보인다. 공연은 △원래의 몸(김보라 연출) △인터뷰(여신동 연출) △고랑 몰라(이경성 연출) 등 3부로 진행된다. 무용 기반의 김보라 연출은 인형의 움직임이 편리하도록 다루기 쉬운 형태의 가벼운 인형과 '관절'이란 키워드를 기반으로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몸의 물성을 극 '원래의 몸'으로 표현했다. 무대미술가인 여신동 연출은 '감탄사'를 키워드로 받아 인형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자아(소리)와 정체성(캐릭터) 찾기를 주제로 무대를 준비한다.
이경성 연출은 연극계 출신의 특성을 살려, 배우와 말이 없는 인간인 인형 사이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집중했다. 극 제목 '고랑 몰라'는 '말해도 몰라'라는 제주 방언이다. 제주공항 부지에서 발굴된 제주 4·3 사건 유해와 유가족을 조명하는 내용이다. M극장에서 9일부터 1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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