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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초의 역할' 첫 언급한 크리스마스 과학강연

입력
2021.12.06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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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
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영국왕립연구소에서 대중을 위한 크리스마스 강연 중인 마이클 패러데이. ⓒ영국왕립연구소

영국왕립연구소에서 대중을 위한 크리스마스 강연 중인 마이클 패러데이. ⓒ영국왕립연구소

어느새 12월이다. 코로나 시국에 급변하는 방역 지침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매일의 확진자 숫자를 확인하면서 마음 졸이며 지내온 2021년이 어느새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온 매서운 한파를 체감하면서 문득 크리스마스 캐럴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나는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이 떠오른다.

영국 왕립연구소는 1825년부터 현재까지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강연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독립된 것처럼 보이는 전기와 자기가 사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다. 전류와 자기장의 상호 유도 방향과 크기를 알려주는 전자기 유도 법칙을 발견한 마이클 패러데이는 영국의 20파운드짜리 지폐에도 새겨져 있다. 심지어 그는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나 찰스 다윈보다도 먼저 지폐에 등장할 만큼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은 과학자이다.

그가 이렇게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과학적 업적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가난한 대장장이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서 읽기, 쓰기, 산수 등의 기초 교육만 받고 13세 때부터 서점의 견습생으로 취업해서 7년간 일했다. 서점에서 일하면서 제본한 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독학으로 화학과 전기에 대해서 공부하고 노트를 정리하며, 과학 지식을 쌓았다. 그의 정리 노트에 감명받은 서점 주인은 자신의 거래처에도 노트를 보여주게 되는데, 그중 한 명이 영국 왕립연구소 회원인 윌리엄 댄스의 아들이었다. 윌리엄 댄스 역시 이 노트에 감동을 받아, 당시 왕립연구소의 인기 강사였던 험프리 데이비의 화학 강연 티켓을 마이클 패러데이에게 선물한다.

험프리 데이비의 강연에 참여한 이후, 그가 필요했던 실험 조교로 마이클 패러데이를 선택하면서, 드디어 패러데이는 왕립연구소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가난한 서점 직원이었던 마이클 패러데이와 왕립연구소의 유명 과학자의 만남이 바로 과학강연이었던 것이다.

초등 과정 정도의 교육밖에 받지 못했던 그가 영국 왕립연구소의 초대 풀러 석좌교수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과학에 대한 그의 열정과 업적 덕분이었고, 그 열정에 불을 지펴준 것은 공짜로 선물받은 과학강연 티켓 한 장이었다. 그래서 그는 성인 대상으로 해오던 과학 강연을 남녀노소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쉽고 흥미로운 주제로 확장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1825년부터 현재까지 196년의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명망 있는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의 시작이다.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에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과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등 저명한 과학자들이 강연자로 나섰다. 패러데이 자신도 열아홉 번이나 아이들을 위한 과학강연을 진행했다. 특히 유명한 것이 바로 그의 양초 강연이다. 그는 강연에서 자신을 태워 빛을 내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양초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삶, 조화로운 삶을 강조했다. 그가 마지막 강연에서 남긴 메시지를 보면 이런 삶의 태도를 잘 알 수 있다. "양초는 자신을 태워 빛을 낼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서도 빛을 낸다. 여러분의 생명이 양초처럼 오래 계속되어 이웃을 위한 밝은 빛으로 빛나고, 여러분의 행동이 양초의 불꽃과 같이 아름답기를 바란다."

과학기술이 조직의 이기적인 목적으로 활용되기 쉬운 현대 사회에서 그의 과학에 대한 애정과 인류애는 과학자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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