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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괴작 '티탄'을 봐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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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괴작 '티탄'을 봐야 하는 이유

입력
2021.12.07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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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영화 '티탄'의 주인공 알렉시아는 차와 교감을 나누는 인물이다. 그의 예측불허 삶은 예측불허 이야기를 빚어낸다. 왓챠 제공

영화 '티탄'의 주인공 알렉시아는 차와 교감을 나누는 인물이다. 그의 예측불허 삶은 예측불허 이야기를 빚어낸다. 왓챠 제공

기괴하다. 도발 또는 강렬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하다. 기이한 상상력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기존 영화 화법과 인식체계를 창조적으로 파괴한다. 통념에 기울거나 전통적인 서사에 더 마음을 두는 이들이라면 불편하고도 불편할 영화다. 하지만 마음을 열면 진귀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최고상)을 수상한 프랑스-벨기에 영화 ‘티탄’(9일 개봉·청소년 관람불가)은 새로운 영화,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알린다.

①이전엔 없었던 소재와 이야기

알렉시아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게 된 후 기이한 욕망에 사로잡힌다. 왓챠 제공

알렉시아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게 된 후 기이한 욕망에 사로잡힌다. 왓챠 제공

주인공은 알렉시아(아가트 루셀)다. 그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당했다. 수술로 머리에 티타늄을 심은 이후부터 차를 ‘사랑’하게 된다. 성인이 된 후 직업은 댄서다. 머슬카 보닛 위에서 뇌쇄적인 춤을 춘다. 팬들이 적지 않다. 스토커까지 있다. 알렉시아는 기존 질서에 적응하지 못한다. 부모와 소통하지도 못한다. 성적 취향은 이전 체계로 분류할 수 없다. 그는 죄책감 없이 살인을 저지른다. 반항심 때문인지, 본능인지, 유희를 위해서인지 알 수 없다. 알렉시아는 도주를 위해 10년 전 실종된 소년 아드리엔으로 변장한다. 아드리엔의 아버지 뱅상(뱅상 랭동)은 별 의심 없이 알렉시아를 아들로 받아들인다. 알렉시아는 남성이 돼 뱅상이 구축한 가부장제 집단에 편입한다.

②전복적 서사로 기성질서를 뒤흔든다

영화 '티탄'은 강렬한 이야기만큼 강렬한 비주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왓챠 제공

영화 '티탄'은 강렬한 이야기만큼 강렬한 비주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왓챠 제공

알렉시아는 사람과의 사랑에 무관심한 대신 차(또는 금속)에 몸과 마음이 끌린다. 어느 날 차와 격정적인 관계를 맺은 후 배가 불러온다. 그는 타고난 신체와 임신 사실을 숨기면서 뱅상과 부자관계를 유지해 간다. 뱅상은 수상쩍은 알렉시아의 언행을 눈치 챈 듯하면서도 아들의 존재만으로도 흐뭇해 한다.

영화는 은밀하게, 때론 노골적으로 남성 위주 사회질서를 희롱한다. 알렉시아의 연쇄살인과 도주 행각은 심각한 범죄 행위지만 기성질서에 대한 도발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가 추구하는 ‘제4의 성’ 역시 기존 세계의 통념을 뒤흔드는 행위다. 알렉시아는 뱅상이 대장으로 근무하는 응급구조대 안에서도 파란을 불러일으킨다. 남성들만으로 이뤄진, 수컷들의 질서가 팽배한 집단의 문화를 전복한다. 영화는 종교적인 요소까지 끌어온다. 예수 탄생 과정을 변주한 결말부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정서와 메시지를 응축한다.

③미래의 고전이 될 영화

알렉시아를 아들 아드리엔으로 착각하는 뱅상은 남성성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인물이다. 왓챠 제공

알렉시아를 아들 아드리엔으로 착각하는 뱅상은 남성성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인물이다. 왓챠 제공

기계를 통한 성적 쾌감이라는 소재는 새롭지 않다. 캐나다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이미 ‘비디오드롬’(1983)과 ‘크래쉬’(1996) 등으로 물질만능시대에 변모한 인간의 사랑과 취향과 정서를 묘사했다. ‘티탄’은 세 발자국 정도를 더 나아간다. 공포영화를 얼개로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페미니즘을 포갠다.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전개로 물음표를 끊임없이 불러내며 폭발력을 장착한다. 낯선 소재의 낯선 전개, 강렬한 비주얼이 관객 뇌리에 메시지를 각인시킨다. 수 년 뒤 더 높게 평가받을 미래의 고전이다.

감독은 쥘리아 뒤쿠르노(38)다. 그는 두 번째 장편영화인 ‘티탄’으로 여성 감독으로선 사상 두 번째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 이후 28년 만이다. 캠피온 감독은 천카이거 감독(‘패왕별희’)과 공동 수상했다. 뒤쿠르노는 황금종려상을 단독 수상한 첫 여성 감독이다. 뒤크르노는 수상 소감으로 "괴물성은 규범이라는 벽을 밀어내는 무기이자 힘"이라며 "괴물을 받아들여 준 칸영화제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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