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배구 국대 출신 어연순, 아빠는 레슬링 동메달리스트 박우... "엄마가 예전에 배구 잘했다던데... 질투도 나요"
여자프로배구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V리그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24-26 18-25 25-23 14-25)으로 패하면서 6연패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신인 레프트 박은서(18·전체 2순위)의 당찬 공격력은 눈에 띄었다. 박은서는 2세트에 교체 투입돼 3세트부터는 줄곧 선발로 코트를 밟았다. 이날 본인의 한 경기 최고 득점인 11득점에 공격성공률 57.9%를 찍었고 공격효율도는 팀 내에서 가장 높은 52.6%를 기록하며 알짜배기 활약을 펼쳤다. 특히 세트 스코어 0-2로 몰린 3세트에선 매서운 스파이크로 팀 내 최다인 6득점(성공률 66.7%)으로 세트를 가져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4세트에서도 패하긴 했지만 팀 내 최다 득점(5점·성공률 83.3%)을 올리며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박은서는 3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1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분위기가 좋아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코트 밖에서 열심히 응원했다”면서 “코트에 들어가서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많았는데, 3세트부터 감독님과 언니들이 ‘욕심 낼 필요 없다. 편하게 하라’고 하신 뒤로는 생각보다 잘 풀렸다”고 돌아봤다. 다만, 박은서가 코트에 들어서자 흥국생명의 서브가 박은서에게 집중돼, 리시브 효율은 10%까지 떨어졌다. 박은서는 “투입 초반에 리시브 실책이 나왔고, 불안해져서 더 흔들렸다”면서 “그래도 언니들이 옆에서 ‘힘들면 띄워만 놔라. 우리가 커버해 줄게’라고 다독여줘 자심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상대 코트에선 박은서의 데뷔 동기이자 흥국생명 신인인 정윤주(18)가 20득점을 올리며 배구팬들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최근 정윤주의 눈에 띄는 활약을 지켜보며 ‘나도 잘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받고 있다고 한다. 박은서는 “고등학교가 달랐던 데다 공식경기든 연습 경기든 맞서본 적은 없다. 하지만, 대범하게 공격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서 “친구가 잘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나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만나면 ‘요즘 너무 잘한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은데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좀 부끄럽다”라며 웃었다.
부모님이 모두 운동 선수 출신인 스포츠 집안이다. 아버지는 1998 방콕아시안게임 레슬링 동메달리스트 박우, 어머니는 배구 선수 출신인 어연순씨다. 두 여동생도 중·고교에서 배구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특히 어씨는 실업리그 시절인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도로공사의 레프트 주공격수로 맹활약하면서 올림픽 국가대표 명단에 오르내렸다. 박은서는 “엄마의 실력에 대해 잘 몰랐는데, 프로에 오니 많은 코치 선생님들이 엄마가 배구를 굉장히 잘했다고 하시더라”라며 “‘내가 엄마만큼 못 하고 있다’는 생각에 질투가 나 (엄마의 경기 영상을) 찾아보진 않았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경기 후 엄마가 ‘그때 리시브를 잘했어야지!’ 등 장난 반 진심 반 재미있게 조언을 해 주신다. 경기장에도 매번 찾아주시는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은서는 마지막으로 “페퍼저축은행 모든 선수들이 부상 없이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마쳤으면 좋겠다”고 올 시즌 목표를 밝혔다. ‘신인왕 욕심 없느냐’라는 질문엔 “선수라면 당연히 욕심을 내야겠지만, 이윤정 언니(도로공사)와 정윤주가 굉장히 잘하고 있다”면서 “다만,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저는 코트에서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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