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외정책 창구 '전원회의' 소집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의 대외 메시지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말 주요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노동당 ‘전원회의’ 개최를 예고하면서 남북ㆍ북미관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시기적으로도 남측이 ‘종전선언’을 추진하며 남북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려 미중과 잇따라 접촉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국제정세를 관망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낼 공간이 넓어졌다는 평이다.
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당 총비서는 전날 주재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정치국 회의에서 이달 말 전원회의 소집을 결정했다. 1년간 당과 국가정책의 성과를 총결산하고, 내년 사업 계획을 정하는 자리다. 특히 김 위원장이 경제 성과를 치켜세우며 “올해는 승리의 해”라는 긍정 평가를 내린 사실에 견줘 전원회의에서 그간 미뤄 왔던 대외관계에도 입을 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0월 김 위원장의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 후 별다른 대남ㆍ대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전원회의가 북한의 대표적 대외 메시지 발신 창구라는 점도 김정은 정권의 달라진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는 근거다. 김 위원장은 6월 소집된 제3차 전원회의에서 미국을 향해 “대화와 대결이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북미대화의 문은 닫지 않되, 확실한 협상 신호음이 들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후 북한의 대외정책 기조는 김 위원장의 9월 시정연설과 10월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을 통해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선결조건 제시로 구체화됐다.
전례를 봐도 북한은 2019년 12월 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강경론으로 맞섰고, 이듬해 3월 한 달에만 네 차례 미사일 발사시험을 감행하는 등 한반도의 위기지수를 일거에 끌어올렸다. 전원회의 발표 내용이 향후 정세를 가늠할 단서가 되는 셈이다.
정부도 이번 전원회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남북ㆍ북미관계를 개선할 의지를 보이면 종전선언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종전선언 타결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한미 양국 간 종전선언 논의가 막바지 조율 중인 가운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중국의 외교 사령탑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과 만나는 등 접촉면을 확대하는 것도 북한을 대화무대로 이끌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이날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공개된 새 전략지침과 종전선언 추진 과정을 면밀히 분석할 것”이라며 “전원회의가 열리는 연말쯤 정리된 입장을 내놓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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