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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녀" "맞을 짓 그만해" ... 웹툰·유튜브 절반 이상이 '성차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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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녀" "맞을 짓 그만해" ... 웹툰·유튜브 절반 이상이 '성차별적'

입력
2021.12.03 04:30
수정
2021.12.03 10:04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동과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웹툰과 유튜브 중 성차별적 내용이 들어간 비중이 최대 절반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릴 적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인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 불리는 아동, 청소년들이 알게 모르게 성차별을 학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요 웹툰 성적 대상화·성차별 비하 발언 난무

이런 내용은 2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주최한 '성평등 미디어 포럼'에서 공개됐다. 서울YWCA는 웹툰과 유튜브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탁틴내일은 유튜브 게임 채널과 청소년이 직접 등장하는 채널 분석 결과를 내놨다.

웹툰 장르별 성차별 사례 실태<단위: 건>

구분 성차별적 고정관념 성적 도구화(대상화) 젠더 폭력 부각·강조 외모에 따른 차별 성차별적 비하·차별 합계
일상 - 3 - - - 3
액션(무협) 8 24 6 3 12 53
드라마 2 16 4 3 3 28
순정 6 2 7 - 1 16
스포츠 - 6 - - 4 10
합계 16 51 17 6 20 110

우선 네이버·다음웹툰 등 5개 웹툰 플랫폼별 상위 50편의 웹툰 총 989회차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성적 대상화가 51건(46%)으로 가장 많았다. 여성의 가슴과 골반과 엉덩이를 부각시켜 그리는 건 물론, 여성은 '남성 권력에 대한 보상으로 제공되는 존재'로 묘사됐다.

'몰카녀' 같은 성차별적 비하 표현은 20회 등장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그저 흥미 유발 소재로 쓰이는 모습도 발견됐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친구를 때리고 "이제 맞을 짓 그만해"라고 말하는 등 젠더폭력 장면이 나온 횟수만 17회다. 여성을 폭력으로 지배했는데 처벌받는 장면은 그려지지 않았다.

웹툰 속에서 여성 폭력을 흥미유발 소재로 이용하는 장면들. 서울YWCA 제공

웹툰 속에서 여성 폭력을 흥미유발 소재로 이용하는 장면들. 서울YWCA 제공


웃으면서 몸매평가… 10대들 성적 대상화 심각

유튜브 애니메이션, 청소년이 주 시청자인 게임 채널, 청소년이 직접 등장하는 채널에서도 성별 고정관념을 굳히거나 성차별적 발언, 장면이 문제의식 없이 노출됐다.

아이들이 보는 유튜브 애니메이션에서 여성 캐릭터에는 불필요한 밀착 복장을 입히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각도로 그려지기도 한다. 서울YWCA 제공

아이들이 보는 유튜브 애니메이션에서 여성 캐릭터에는 불필요한 밀착 복장을 입히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각도로 그려지기도 한다. 서울YWCA 제공

애니메이션의 경우 조회수 기준 상위 27개 채널 총 87편 중 성차별 사례는 46건이다. 엄마는 가사와 돌봄을 담당하고 아빠는 가족경제를 책임지는 모습, 여성 캐릭터는 감정적이고 문제를 일으키고 가르침을 받는 존재인 반면 남성은 이성적이고 문제를 해결하고 가르치는 주체로 표현됐다. 다양한 외모로 표현되는 남성 캐릭터와 달리 여성 캐릭터는 주로 마른 몸에 큰 눈 등 획일화된 이미지로 설정돼 있었다.

구독자 연령이 24세 이하인 유튜브 게임 채널 상위 4개의 영상 229개에서 성차별 사례 등장 횟수는 13건이다. 게임을 하는 중 자연스럽게 남성과 여성의 특정 부위를 평가하는 발언이 오갔다.

청소년 등장 유튜브 채널 영상의 성차별적 사례 현황<단위: 회>

범주 횟수
성별 고정관념 강조 42
특정 성 비하 6
성적 대상화 166
외모 지상주의 35
성희롱 및 성폭력적 장면 151
합계 400

청소년이 출연자로 나오는 유튜브 채널은 문제가 심각했다. 교복을 입고 출연해 청소년 등장이 명백한 채널 5개의 영상 72개 중 성차별적 내용을 아예 주제로 다룬 영상 개수가 36개(50%)에 이르렀다. 관련 언급이나 장면을 횟수로 따지면 400번이다.

성인 여성이 남성 청소년의 몸을 더듬고 청소년이 반응을 하면 탈락하는 콘셉트라든가, 여성의 몸매를 10대들이 웃으면서 평가하는 내용도 다수 발견됐다. 성적 대상화는 성별을 따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나타나, 상의를 탈의한 남성의 몸을 여고생이 만지고 매달리면서 "단단하다" "당긴다" 같은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청소년 등장 유튜브 채널에서 상의를 탈의한 남성의 모습을 평가하는 장면(위)과 여성의 몸을 평가하는 장면. 탁틴내일 제공

청소년 등장 유튜브 채널에서 상의를 탈의한 남성의 모습을 평가하는 장면(위)과 여성의 몸을 평가하는 장면. 탁틴내일 제공


"통제 방식은 한계… 리터러시 교육 구체화해야"

전문가들은 무작정 미디어 이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소비와 소통, 경험 방식에 대한 이해를 전제하지 않는 통제는 오히려 접근 불평등 같은 다른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다.

서울석관초등학교 교사이자 경인교대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 연구원인 박유신 교사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리터러시 교육은 통제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생태계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실제 사회의 권력관계나 상업적 목적이 미디어에 내재돼 있다는 걸 깨닫도록 '낯설게 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본인이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줘야 한다"고 밝혔다.

1인 미디어 시대란 점에서 소비뿐 아니라 생산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승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청소년의 독특한 특성은 미디어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라는 점"이라며 "한국을 비하하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나를 소외시키는 콘텐츠와 포용하는 콘텐츠를 구별해 보면서 소수자 배제 콘텐츠의 폐해를 직접 체감하는 훈련이 된다면, 안전한 콘텐츠의 중요성과 가치를 느껴 소비와 생산 모두 비판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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