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준공 강서구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중
권양기로 창틀 끌어올리다가 난간 붕괴로 참사
인근 업체들 "사다리차·스카이차 쓰는 게 보통"
경찰 "안전 미비점 확인 땐 업무상 과실치사 입건"
서울 강서구의 고층 아파트에서 창틀 교체 작업을 하던 남성 2명이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공사를 맡은 인테리어 업체가 비용을 줄이려고 안전성이 떨어지는 도구를 사용하거나 현장 안전 조치에 소홀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2일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10층짜리 아파트의 8층에서 창틀을 교체하던 30대 남성 A씨와 40대 남성 B씨가 추락했다. 119 신고와 현장 출동이 이뤄졌지만, 두 사람은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는 아파트 8층 가구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 이틀째에 일어났다. A씨와 B씨가 권양기(무거운 물건을 줄에 달아 들어올리거나 내리는 장비)를 이용해 새시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권양기를 지지하던 베란다 난간이 새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뜯겨 나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파트는 1989년에 준공돼 노후한 편에 속한다. 사건 직후 현장엔 바닥에 떨어진 권양기와 난간의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
인근 인테리어 업자들은 이번 공사를 맡은 업체가 새시를 옮기는 작업에 권양기를 사용했다는 점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양기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자재를 고층으로 운반할 때 쓰는 도구로, 새시처럼 무거운 물건을 올릴 땐 위험이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이 아파트를 포함해 40년간 인테리어 공사를 해왔다는 C씨는 "(자재를 공중 운반할 때)사다리차나 스카이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권양기를 잘 쓰지 않고 새시처럼 무거운 물건이라면 더욱 그렇다"면서 "노후한 아파트라 난간도 부실했을 텐데 차량 대여 비용을 줄이려고 그랬던 걸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번 공사가 이뤄진 가구엔 사다리차 접근이 가능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본보는 해당 인테리어 업체 대표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는 경찰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충분한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권양기를 난간에 고정하면서 기둥에 추가로 묶는다든가, 작업자 몸에 안전 로프를 착용하게 하는 등의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자 조사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안전 설비 등 미비점이 확인되면 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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