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상승·채솟값 반등… 상승폭 확대
유류세 낮췄지만 지수 개편·공급망 변수
12월 물가 안정 장담 못해
10월 3%대로 오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는 상승폭을 더 키우며 3.7%까지 뛰었다. 2011년 12월 이후 약 1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기름값에서부터 식료품, 서비스 물가까지 사실상 전 품목이 올랐다. 지난달 중순부터 시행된 유류세 인하 조치가 12월 물가를 다소 진정시킬 수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변이 바이러스 출연 등의 변수로 향후 물가가 더 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름값에서 서비스요금까지 다 올랐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오른 109.41(2015년=100)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12월(4.2%) 이후 9년 11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10월(3.2%)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 상승이기도 하다.
그동안 상승세를 이끌었던 석유 등 공업제품뿐 아니라 채솟값, 서비스물가 모두 상승폭을 키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 3.7% 중 기름값이 1.31%포인트를 차지하고 농축수산물(0.64%포인트), 개인서비스(0.96%포인트) 몫도 크다.
석유류 가격은 35.5% 올랐는데 이는 2008년 7월(35.5%) 이후 최대 폭이다. 이 영향으로 공업제품 가격도 5.5%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10월 0.2%에서 지난달 7.6%로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10월에는 17.4% 하락했던 채소류가 지난달에는 9.3%나 뛰었다. 11월 채솟값이 10월보다 오른 것은 2003년 이후 18년 만이다.
유가와 식료품 가격 상승은 외식물가를 3.9%나 끌어올렸고, 개인서비스 물가(3.0%) 상승으로 이어졌다. 10월에 비해 물가 상승폭이 둔화된 품목은 통신비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진 공공서비스(5.4%→0.6%) 정도다.
소비자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만 모아놓은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5.2% 올랐다. 특히 채소류 가격 상승 영향으로 식품 물가는 5.4%나 상승했다. 소비자의 체감은 물가상승률보다 더 팍팍한 것이다.
12월 안정도 장담 못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연간 물가상승률은 한은(2.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4%) 전망치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도 “12월 내내 서민 생활물가가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되도록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12월 물가가 3.0%만 넘어서도 연간 물가는 2011년(4.0%) 이후 가장 높은 2.4%를 기록하게 된다. 2%대 물가를 기록하는 것도 2012년(2.2%) 이후 처음이다.
기름값은 유류세 인하 효과를 누리며 상승세가 다소 둔화될 수 있다지만, 그동안 원재료 가격 상승에 수요 증가 영향까지 더해지며 시나브로 올랐던 서비스 물가 등은 여전히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뺀 물가지수도 지난달 2.3% 올랐다. 당분간 이 수준의 물가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다음 달로 예정된 소비자물가지수 개편도 변수다. 고등학교 납입금이나 학교급식비 등 ‘무상교육’ 관련 품목은 물가지수에서 빠지고, 대신 마스크, 식기세척기, 전기차 등이 포함된다. 소비가 늘어나는 품목이 많아지고 그간 물가를 낮춰왔던 품목이 빠지니 물가지수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최근 해외에서 확산하는 오미크론 변이는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을 낮추며 물가 상승 폭을 둔화시킬 수 있다. 이는 세계 경기가 다시 위축됨을 의미하는 것이라 반갑지만은 않다.
피치나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은 오히려 오미크론이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며 공급 가격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이 지속되다 보니 정부에서도 쓸 만한 카드가 한정적일 것”이라며 “오미크론으로 인한 수요 위축 효과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공급망 훼손, 환율 등에 인한 상승 압력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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