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앞다퉈 기술 개발 나서
80~90% 재활용, 현장 안전사고 발생률 낮아
가건물 아닌데도 부정적 인식 넘어야 할 벽
건설업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서 건물을 짓는 '모듈러(Modular) 공법' 도입에 속도가 붙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일반 건축 공법보다 공사 기간이 짧은 데다 주요 자재의 80%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건설사를 중심으로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건축물 시공이 증가하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문, 벽, 창틀 등 공간 단위 유닛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하고 현장에서는 이를 하나씩 쌓아 올려 조립하는 방식이다.
기존 철근콘크리트(Reinforced Concrete·RC) 공법에 비해 공사 기간이 절반 넘게 단축된다. RC 공법은 철근을 세운 뒤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이라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반면 모듈러 공법은 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을 건설하는 동안 공장에서 모듈러를 생산하는 동시 작업으로 공기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건설업의 '제조업화'인 셈이다. 품질관리 문제뿐 아니라 노령화로 인한 숙련공 부족도 해결이 가능하다.
기존 자재를 80~90%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인 것도 장점이다. 사용하던 모듈러를 해체해 다른 곳에 재조립하면 재사용이 가능하다. 공사 현장 노동자의 임시 숙소에 자주 활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교육부도 학령인구 감소와 과밀학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모듈러 교사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소음·분진이 적고 폐기물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데다 현장 작업 최소화로 안전사고 발생률도 낮다.
요새는 10층 이상 고층 건물을 짓는 데도 모듈러 공법이 사용된다. 그동안 국내에서 모듈러 공법은 6층 이하 저층 건물에 적용됐다. 고층으로 갈수록 내화·방수 등 건축 기준을 맞추기가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보완하는 공법이 속속 개발되면서 과거의 문제는 대부분 해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건설과 포스코A&C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모듈러 공법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광양제철소 인근에 12층 규모의 기숙사를 모듈러 공법으로 짓고 있다. 다음 달 완공하면 국내 최고층 모듈러 건축물이 된다. 총 200실 규모로, 모듈러 제작과 현장 조립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올해 3월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국내 최초로 13층 규모의 아파트를 모듈러 공법으로 짓는다. 하층부는 기존 콘크리트 공법으로, 상층부는 모듈러 공법으로 만든다. 지난 6월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발주한 12층 규모의 '가리봉동 행복주택' 시공도 맡게 됐다.
모듈러 공법 기술 개발과 투자도 탄력을 받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달 기존 골조 용접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볼트 조립 기반의 무용접 커넥터를 개발했고, 모듈러 관련 특허를 19건 출원했다. GS건설은 지난해 모듈러 전문 자회사 '자이 가이스트'를 설립하고 목조모듈러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해 6월 코오롱이앤씨를 만들고 국립중앙의료원 음압병동을 모듈로 공법으로 시공했다.
다만 모듈러 공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조립식'이라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가건축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충북 청주시에서는 한 초등학교 증축에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기로 해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조봉호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국내 시장이 작은 탓에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아 RC 공법보다 비용이 10% 정도 더 발생한다"며 "향후 모듈러 공법의 탄소배출 저감 및 안전사고 발생 감소 효과를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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