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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미사일보다 무섭다

입력
2021.12.02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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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이석수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다. 기술혁신은 무기혁신을 낳는다. 기술이 곧 전쟁양상을 결정한다는 미래주의 관점에서 전쟁과 무기, 그리고 한국국방의 생태계를 그려본다.

2018년 9월 허리케인 플로렌스(Florence)로 인해 침수된 차량을 구조하는 미 해병대원들의 모습. ©U.S. Marine Corps

2018년 9월 허리케인 플로렌스(Florence)로 인해 침수된 차량을 구조하는 미 해병대원들의 모습. ©U.S. Marine Corp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고 지금 당장의 도전이다"라고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기후위기는 '실존적'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기후변화는 시급한 군사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9월과 10월 '기후적응계획'과 '기후위험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기후변화가 군에 미치는 파급효과의 시급성과 심각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군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고 동시에 영향을 받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 주요 기후 행위자이다. 군은 군사대비태세 유지 및 전쟁수행을 위해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집단이다. 미군을 국가로 간주할 경우, 온실가스배출 순위에서 세계 47위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미군과 관련 기업이 지구 온실가스배출의 약 5%를 점유한다는 보고도 있다. 군의 탄소배출이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8년 10월 허리케인 마이클(Michael)에 피해를 당한 틴달(Tyndall)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장병들이 복구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 ©U.S Air Force

2018년 10월 허리케인 마이클(Michael)에 피해를 당한 틴달(Tyndall)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장병들이 복구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 ©U.S Air Force

기후변화는 태풍, 홍수, 가뭄, 산불, 이상기온, 해수면 상승 등 기상이변(extreme weather)을 초래한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군의 시설, 장비, 대비태세, 작전수행 등에 영향을 미친다. 2018년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노스캐롤라이나를 강타하여 세 곳의 해병대 시설이 침수되었다. 몇 주 후 허리케인 마이클이 플로리다의 틴달(Tyndall) 공군기지에 피해를 줬다. 미국 최대의 해군기지인 버지니아의 노퍽(Norfolk)도 해수면 상승, 지반 침하, 해안 침식, 기반시설 과열 등에 노출되어 있다. 미국 본토와 해외를 포함한 미군기지의 50% 이상이 기상이변의 영향에 위협받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군은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고유의 임무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홍수, 가뭄, 태풍, 들불 등 기상이변이 빈번히 발생하고 피해가 커지며 군이 수시로 지원 작전에 동원된다. 실제 전쟁에 참전하는 미국의 주 방위군도 산불, 태풍 등 기상이변 대처에 나서며 제대로 훈련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임무가 분산됨에 따라 군이 고유의 임무인 전쟁수행을 위한 준비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이변은 훈련을 방해하기도 한다.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 허리케인 마이클(Michael)에 피해를 당한 틴달(Tyndall) 공군기지의 항공기 피해 상황. ©U.S Air National Guard

2018년 10월 허리케인 마이클(Michael)에 피해를 당한 틴달(Tyndall) 공군기지의 항공기 피해 상황. ©U.S Air National Guard

기후변화는 작전환경을 변화시켜 공중, 해상, 지상 및 우주작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상이변으로 항공기의 성능이 저하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해상작전에도 기후변화가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려 지정학적 공간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지상작전에서도 군인, 장비, 군수지원체계 등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기상이변이 물 부족과 전력난을 초래할 수 있고 무기체계와 차량의 마모 및 해체를 촉진할 수도 있다. 특히 해변에 근접한 공급선은 기상이변에 매우 취약하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군은 두 가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탄소배출 감소와 기후변화 적응이다. 군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다음 과제는 군이 기후변화의 영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보고서가 적시한 바와 같이 정확한 기후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 기후변화에 대비한 훈련과 장비, 복원력 있는 기반시설, 혁신적이고 복원력을 가진 공급망 등이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행동의 다섯 가지 우선순위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국방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노력을 폄하하고, 아프간의 실패를 거론하며 직면한 전통적 군사위협에 잘 대응할 것을 충고했다. 그러나 실존적 위협인 기후변화를 배제하고 미래의 군사안보 환경을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지속적인 적응 노력이 우리 군에 많은 것을 시사하는 이유이다.

이석수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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