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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로 텍사스로 가는 이유는...

입력
2021.12.01 17:00
수정
2021.12.01 17:4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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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 현안과 외교안보 이슈를 조명합니다. 옮겨 적기보다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본 세계를 전합니다.

미국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지난 9월 투표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 선거법에 서명한 뒤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이 법이 투표를 하기 어렵게 만들어 유권자의 투표권을 제한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지난 9월 투표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 선거법에 서명한 뒤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이 법이 투표를 하기 어렵게 만들어 유권자의 투표권을 제한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P=연합뉴스

삼성전자가 텍사스 주에 170억 달러 투자 계획을 공개하자 국내 관심은 그 배경보다 왜 삼성이 뉴욕이나 애리조나가 아닌 텍사스를 선택했는지에 집중됐다. 현지에서 비판이 나올 정도로 텍사스의 화끈한 퍼주기식 기업유치가 이유란 얘기다. 기업을 해외로 떠나 보낸 정부나 지자체, 정치권이 참고할 측면이 있을 것이다.

2021 텍사스 전입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과 기업들의 텍사스 이주는 최근 현상이 아니다. 거의 20년 전부터 오스틴 휴스턴 댈러스 포트워스 샌안토니오 등 텍사스 도시의 이주 희망자가 크게 늘었다. 2010년 이후에만 420만 명이 이주했고, 그 숫자는 7년째 연간 50만 명 이상에 달한다. 타주로 이주하는 전출자를 뺀 순증 인구는 연간 10만 명 수준이다. 많은 이주자들은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서 오고 있는데 캘리포니아 출신은 10년 동안 68만7,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지금 텍사스의 역동성은 1980년대 성장기의 캘리포니아에 비유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까지 이주 계획을 밝힌 텍사스의 매력을 AP통신은 10가지나 소개했다.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일자리와 인력 자원이다. 천연가스와 원유 개발 붐으로 텍사스는 경제의 발전소로 변해 있고, 휴스턴은 세계 에너지의 수도란 별칭까지 얻었다. 서비스와 제조업, 기술업종의 발전도 눈부시고, 우수 대졸 자원이 많은 것도 기업들을 유인하는 배경이다. 생활을 위한 모든 게 저렴한 것도 큰 장점이다. 중위소득자가 중간가격 주택을 매수할 때 비용은 샌프란시스코는 연소득의 6.7배인데 휴스턴은 2.9배에 불과하다. 중국 당국의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이전 후보지로 텍사스를 꼽은 것도 저렴한 전기료 때문이다.

텍사스에선 규제도 상대적으로 덜하고 세금부담도 낮다. 개인 소득세가 제로(0)인 7개주 가운데 하나이고 법인에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캘리포니아의 개인 소득세가 최고 13.3%로 미국 내 최고인 것과 대조된다. 교육 여건도 훌륭해 학생들의 과학 수학 성적은 경쟁지인 뉴욕 캘리포니아 플로리다보다 높다. 휴스턴에서 145개의 언어가 사용될 만큼 활기차고, 다양성을 지닌 점도 매력이다. 각종 전문지들도 비즈니스하기에 최상인 주로 텍사스를 단골로 선정한다.

주목되는 점은 텍사스의 발전과 다양한 이주자들이 보수 일색이던 정치지형을 바꾸고 있는 사실이다. 2020년 대선에서 다수의 대도시와 교외지역에선 민주당이 승리해 텍사스가 머지 않아 친 민주당인 ‘블루 스테이트’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주 정부가 민주당에 유리한 우편투표와 부재자투표를 제한하는 선거법 개정을 강행해 연방정부와 소송을 벌이는 것도 보수성을 지키기 위한 안간힘이다.

텍사스와 상반된 경우로 과장되어 전해지는 게 ‘캘리포니아 엑소더스’다. 캘리포니아 현지 대학들과 언론들은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인구의 대탈출을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2000년 이후에만 캘리포니아의 인구는 260만 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삶의 조건들이 악화하는 건 사실이다. 지난 100년간 캘리포니아는 누구나 이주하고 싶은 곳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꿈을 좇는 젊은이들은 캘리포니아 대신 텍사스로 가고 있다고 브루킹스연구소는 지적했다. 가장 붐비고 번성한 지역이나 집값은 천정부지이고 빈부격차는 커지는데 자연재해는 끝이 없는 현실이 사람들을 밖으로 밀어내는 셈이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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