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속 필요성 소명 부족"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 재점화
'50억 클럽' 수사도 차질 불가피
아들의 ‘퇴직금 50억 원’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곽상도 전 의원이 구속을 면했다. 검찰이 정치권과 법조계 '로비 리스트' 가운데 유일한 강제수사 대상이던 곽 전 의원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 동력도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2015년 화천대유가 참여하는 하나은행 컨소시엄 구성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올해 3월 아들 병채씨를 통해 세금 등을 제외하고 25억 원을 챙긴 것으로 보고 지난달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날 영장심사 법정에서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막아달라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5)씨 청탁을 받았다는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진술 내용을 제시했다. H건설 측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측에 사업을 진행하자고 제안한 것을 알게 된 김만배씨가 김 회장의 성균관대 동문인 곽 전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2018년 9월 곽 전 의원이 김만배씨를 서울 서초구 한 음식점에서 만나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보고, 해당 음식점 영수증을 정황 증거로 꺼내기도 했다.
곽 전 의원 측은 그러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곽 전 의원이 청탁을 받은 경위나 일시, 장소가 특정되지 않았으며, 검찰이 낸 식당 영수증도 자신과 무관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 전 의원은 이날 영장심사 뒤 "검찰은 제가 김정태 회장에게 부탁했다는데, 김만배씨가 과거 남욱 변호사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50억 클럽' 의혹 6명 가운데 가장 혐의가 뚜렷했던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로비 수사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곽 전 의원 신병확보를 통해 부실수사 및 방역지침 위반 회식 논란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배임죄 윗선 수사와 관련한 동력을 살리려던 검찰 입장에선 뼈아픈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50억 클럽'의 또 다른 인사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 수사에서도 뚜렷한 혐의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로비 수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 6일 국회에서 정치인과 법조인 등 유력인사 6명이 화천대유로부터 50억 원씩 수수하기로 약속 받았다는 '50억 클럽' 의혹을 제기하면서 명단을 공개했다. 곽 전 의원은 영장심사를 받은 뒤 "문제가 되는 건 저밖에 없고 다른 이들은 (검찰이)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50억 클럽이 실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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