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미국 폭격기 비행이 되레 위협" 역공도
나토 "러, 우크라 공격 땐 값비싼 대가 치를 것"
'실제 충돌 없을 것' 전망에도 역내 긴장 고조
러시아와 서방 진영 간 ‘말의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른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는 등 내년 초 침공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미국 정보당국이 주장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급기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서방은 러시아를 향해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러시아는 되레 ‘생사람 잡지 말라. 진짜 위협은 서방’이라며 역공을 펼치는 모양새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우크라이나 역내 긴장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투자 포럼 ‘러시아 콜링’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을 일축했다. 관련 질문을 받자 그는 “올해 초 우리가 군사훈련을 실시할 때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문제는 파병 여부, 참전 여부가 아니라 보다 공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국제사회의 안보 이익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특히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선 날을 바짝 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능력이 진정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흑해 인근 국경 가까운 곳에서 (미국과 나토의) 전략폭격기들이 비행하며 위협을 가했다”며 “이는 우리에겐 ‘레드 라인’을 나타내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국과 지구촌에 대한 상식 및 책임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나토가 서방친화적인 우크라이나의 국경 인근에서 지속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다.
하지만 서방의 의심 섞인 눈초리는 여전하다. 나토도 맞불을 놨다. 이날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가 끝난 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정치·경제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러시아 정부에 ‘우크라이나를 향해 무력을 쓰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도 가세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회의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향후 러시아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에 의한 긴장 고조 행위는 미국에도 커다란 우려”라며 나토 동맹들과 함께 방위력 강화 조치 필요성 등을 긴밀히 논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러시아와 서방이 직접 맞붙는 상황으로까지 치닫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AFP통신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 이상으로 나토가 러시아를 자극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두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서방은 2014년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정 및 군사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쏟아부었음에도, 이 나라의 나토 가입을 위한 명확한 경로를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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