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대선, '中과 수교' 내건 야당 후보 당선
파나마, 엘살바도르, 도미니카...대만 단교 도미노
中 "중남미는 미국의 뒷마당 아니다" 목소리 높여
중미 온두라스 대선에서 중국과의 수교를 내건 좌파 진영 후보가 당선됐다. 중국은 “미국의 달러 외교는 끝났다”며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대만은 고작 15개 남은 수교국이 더 쪼그라들 처지다. 대만 카드로 중국을 압박해온 미국은 일격을 맞았다.
1965년 대만과 수교한 온두라스는 그간 중국과 거리를 뒀다. 주변국 파나마(2017년)와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2018년)이 잇따라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으로 돌아서는 와중에도 대만과의 오랜 연을 저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 즉시 중국 본토와 외교적ㆍ상업적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친중 노선을 천명하자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렀다. 결과는 중국의 승리였다.
중국 환구시보는 1일 “대만 분리주의 세력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온두라스 국민들에게 누가 더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 줄지 보여준 결과”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인접국 엘살바도르가 중국 편으로 돌아선 뒤에 누린 혜택을 강조했다. 엘살바도르의 지난해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52% 늘었고, 중국의 코로나 백신 지원으로 접종률이 62%를 넘었다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반면 온두라스의 백신 접종률은 40%에도 못 미친다.
중국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약진에 밀리던 흐름에도 제동을 걸었다. 리투아니아가 대만 대표처를 설치하고 미국과 유럽 정치인들이 앞다퉈 대만을 방문하며 중국이 고수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던 차였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중남미를 뒷마당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해묵은 패권주의적 접근”이라며 “미국의 강압 외교는 통제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주 국무부 차관보를 비롯한 대표단을 온두라스에 보내 “온두라스와 대만이 오랜 외교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대만을 찾아 차이잉원 총통과의 회담에서 “대만과 함께 할 것”이라며 우의를 다졌다.
하지만 온두라스의 친중 열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로이터는 “미국이 중미 지역 국가들에게 중국의 접근에 대한 위험 신호를 보냈다”고 전하며 미국의 개입의지를 강조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별반 소용이 없었다. 대선 전날 “누가 당선되든 대만과 온두라스의 관계는 변함 없을 것”이라던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의 공언에도 불구, 대만은 일단 온두라스 새 정부의 외교 행보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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