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룡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황새박사
황새가 우리나라 자연에서도 살았었다. 50년 전까지는.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밀렵꾼에 의해 한 마리가 사실된 이후 우리나라는 더 이상 황새가 살지 않는 나라로 국제 사회에서 인식됐다.
그 후 한국교원대는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아 황새 새끼를 들여와 인공증식에 들어갔다. 오랜 노력 끝에 마침내 2015년 충남 예산에서 황새 야생 복귀가 이루어졌다. 당시 11마리 황새가 자연의 품으로 방사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황새들의 생존 여부조차 전혀 파악되고 있지 않다. 황새 수명은 30년, 방사 당시 황새의 나이가 1~3년생이었으니 특별한 사고가 생기지 않는 한 지금까지 대부분이 살아 있어야 당연하다.
필자가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당시엔, 방사한 황새들을 실시간 위치 추적해 생존 여부를 공개했다. 그러나 지금은 황새들의 상황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나라의 황새 되살리기는 ‘깜깜이’ 복원 사업인 셈이다. 황새 한 마리를 방사하기까지 국민 세금이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이 들어간다. 그런데도 그 사업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필자는 사단법인 황새복원연구센터를 지금의 황새생태연구원으로 변경할 당시, 교원대 내에서 증식한 120마리의 황새를 관리할 목적으로 ‘한국교원대학교 황새 임치 규정(제552호)’을 마련했다. 이 규정의 핵심은 황새를 방사할 경우 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 임치는 ‘맡긴다’는 뜻의 법률용어다.
2015년 이 규정에 따라 교원대 총장과 예산군수가 협약을 맺고 60마리의 황새를 예산군에 임치하고 황새 방사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필자 재직 중 예산군수는 예산군에서 개최하는 도민체전 장소에서 황새를 날려줄 것을 집요하게 요구한 적이 있었다. 자연 서식지가 아닌 공설운동장에 풀어 놓겠다는 군수의 요청은 교원대 황새 임치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가 정년을 마치고 황새생태연구장직을 그만두자 예산군과 문화재청은 해마다 황새 방사 행사에만 몰두하고 있다. 황새 복원이 번식지 생태 복원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황새를 자치단체장 혹은 기관장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황새 전문가로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필자는 한국교원대 총장에게 황새생태연구원이 황새 임치 규정에 의거해 황새 방사를 결정했는지 자체 감사를 요청했다.
▲2017년 이후 예산군에서 3번에 걸쳐 30마리의 황새를 방사(자유방사)했는데, 임치 규정 제5조에 의해 협약 체결이 이루어졌는지?▲2019년 12월에는 청주, 김해, 해남, 서산, 고창, 태안에 방사한다고 문화재청을 통해 발표한 바 있는데, 지역 단체장과 협약 체결이 이루어졌는지? ▲임치 규정 제4조에 의거 황새 임치 심의위원회를 소집했는지, 소집했다면 심의위원회 11명 중 교외 인사가 3분의 1 참여했는지? 등 조사를 요구했다.
임치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면 현 황새생태연구원에 책임을 물어줄 것도 요청했다.
한국교원대는 차후 지자체에 속한 토지에 황새를 방사할 경우 ‘한국교원대학교 황새 임치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적용해주길 촉구한다. 현재로서는 이 규정 준수만이 한반도 황새가 다시 멸종의 길로 가는 것을 막는 유일한 통로임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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