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3배 이상 많은 7,814만대의 자동차가 다니는 일본은 세계 자동차문화의 ‘모범’으로 불린다. 연 1,000만 대의 대중차와 럭셔리 자동차를 전 세계에 판매하면서도 자국민은 대부분 소박한 차를 끌고, 운전자들은 높은 수준의 운전 매너를 가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들의 주차 문화에도 고스란히 묻어 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법주차를 볼 수 없다. ‘주차장 없는 차 없다’로 요약되는 차고지 증명제 덕분이다. 국내에선 제주도가 내년 전면 시행한다.
일본에서 자동차 보유자는 자동차 등록 번호판을 받을 때 자신의 집 또는 사무실로부터 2㎞ 이내에 있는 주차장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보관 장소 미확보 시 경찰은 운행정지 명령을 내릴 수 있고, 명령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이나 20만 엔(약 207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차고지 증명제 '덕분'에 주차 면이 부족한 아파트 주민들은 주차 전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아예 추첨을 통해 주차장을 배정받고, 낙첨자는 주변 사설 주차장을 이용한다. 주택가 곳곳에서 주차장을 볼 수 있는 이유다. 도쿄 같은 대도시에선 타워 주차장이 주를 이룬다.
시행 초기 부작용도 있었다. 거주지 500m 이내 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허위차고지 신고, 노상 주차 등 불법 행위도 빈번했다. 확보 기준이 까다로운 데다 저소득층에게 차량 소유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여기다 차량 판매가 급감한다는 자동차 업계의 아우성도 있었다.
비싼 주차비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도쿄 직장생활 7년차인 홍지혜(31)씨는 "일본에서는 자전거도 월 5,000엔 정도의 주차료를 내야 한다"며 "자차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미리 회사에 허가를 받지 않으면 징계 사유가 될 정도"라고 말했다.
차고지 증명제와 주차시설 통제로 일본에선 불법주차 차량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에서 16년째 여행사를 운영하는 황경수씨는 “한국은 대형 차량을 선호하고 한 집에 두세 대의 차를 보유하지만 일본은 아파트를 계약하더라도 무료로 주차장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차량 유지가 힘들다"며 "차량을 1, 2년 유지하다 보면 웬만한 중고차 한 대 값까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쿄에 사는 나카무라 히로(38·中村広)씨도 "여행을 갈 때 외엔 도쿄에서 운전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며 "기본적으로 차를 사는데 제약이 있기 때문에 차 구매보다는 공유차동차나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경제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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