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해양과학고 3학년 홍정운군이 요트 바닥 이물질 제거작업을 하다 숨진 지 50여 일 만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특성화고 학생들을 만났다. 후속 대책 마련 전 학생들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는데, 학생들은 방안 그 자체보다 방안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요청했다.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특성화고 학생들을 만난 유 부총리는 “홍군 친구들과 한 약속을 지키고 학생들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사고 발생으로 현장실습 폐지를 논하기보다는 관리시스템 보완으로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게 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망사고 일주일 후 여수 사고현장을 방문했던 유 부총리는 홍군 친구들이 당국의 늑장 대응에 항의하자 면담을 약속했었다.
취업 乙인 학생, 교사가 항의하긴 어렵다
학생들은 우선 현장에서 부당한 지시를 받았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대응 경험이 적은 데다, 현장실습이 취업과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용기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수 A고 차모 학생은 “학생들도 다양한 교육을 받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면 부당함에 대해 거절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어렵고 맞설 용기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공감은 하셔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제 B고에 다니는 최모 학생도 “친구들이 현장실습을 갔다가 마음이 맞지 않으면 돌아오는데 (이렇게 되면) 학교에서 취업을 소개할 때 우선 순위에서 떨어지거나 추천서 받을 때 안 좋은 점이 있다”면서 “학교에서 눈치를 주면 다른 회사 준비도 어렵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회사라도 나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현장실습을 실시할 때부터 학생과 학교에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장실습 중인 황모 학생은 “기업에 현장실습을 나가게 하려면 선생님들은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인데 이 선생님들이 업체에 가서 안전점검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겠느냐”면서 “산업안전과 관련된 점검은 고용노동부나 산업안전관리공단 같은 부처들에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실습생 임금은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도
현장실습의 업체 부담 비용을 국가가 전액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갔을 때 받는 임금 일부를 업체들이 부담하는데, 이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 학생들을 실습생이 아닌 노동자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제 B고의 최모 학생은 “(기존) 직원분들과 실습생을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아 아쉬웠다”면서 “업무강도 등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의제기를 하기 어렵다”고 했다.
무엇보다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도록 실효성을 높여 달라는 주문이다. 여수 A고 김모 학생은 “친구 사망 이후 다른 사고를 찾아봤더니, 2011년 이후 굉장히 많은 사망사고가 있었고, 방지대책은 지난해에도 나왔는데,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고 지켜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아픈 지적”이라며 “여러분들의 의견을 토대로 학생들이 전문기술인력으로 성장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면서도, 안전하고 유익한 현장실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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