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 증인 출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였던 김기영 헌법재판관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대법원 판례를 깨고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가 징계 검토 대상에 올랐던 일을 언급하며 "문명사회 사법제도를 가진 나라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재판관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직 헌법재판관이 '사법농단' 관련 사건 재판에 나온 것은 이종석 헌법재판관 이후 두 번째다.
김 재판관은 2015년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긴급조치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 판례 취지와는 반대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대책' 문건을 만들어 김 재판관의 징계를 검토했다. 김 재판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런 대책 방안은 도저히 문명사회 사법제도를 가진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진술했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은 김 재판관에게 해당 진술에 대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이에 김 재판관은 "헌법이나 제가 생각하는 민사소송법에 비춰보면 1심 판사이든, 2심 판사이든, 대법관이든 자신들의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면 된다"며 "그 재판에 1심이 잘못됐으면 2심에서 법과 양심에 따라 뒤집으면 되고 2심이 잘못됐으면 대법원에서 바로잡으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재판관은 이어 "(법원)행정처 차원에서 (징계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법치주의가 완성된 나라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며 "그런 판결을 했다고 징계를 했다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 원시사회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재판관은 임 전 차장 변호인의 '긴급조치 국가배상 판결 탓에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이 안 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인식은 없다"고 답변했다. 또 '증인(김 재판관)이나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했던 마은혁 부장판사가 징계나 불이익을 받았느냐'는 물음에는 "(불이익이)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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