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등 임금차별 금지에 벌금까지
"국내 수준 맞춘 목표치·의무 규칙 필요"
'100점 만점에 24.8점'
엄연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의 이 초라한 점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올 3월 발표한 '유리천장지수'다. 한국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성별 임금 격차, 기업 내 임원 비율 등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뜻이다. 1위 스웨덴 84점과 무려 59.2점 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29위, 벌써 9년째 꼴찌다. 우리나라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5.2%로 OECD 평균 25.6%에 한참 못 미친다.
성별 다양성이 기업 경쟁력 ... 제도로 강제해야
조직 내 성별 다양성은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핵심 요소다. 이미 해외에선 기업의 의사결정권자에 남성과 여성이 얼마나 고르게 구성돼 있느냐를 성장 및 지속가능성과 직결해서 보고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도 쓴다. 국제 기준 변화에 더 이상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민간의 자율에만 맡길 게 아니라 우리 수준에 맞는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여성가족부 주최로 '조직 내 성별 다양성 제고'를 다룬 여성 고위관리자 대상 콘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은 "선진국과 우리의 차이는 명료한 기준과 원칙의 유무"라며 "'노력하자'로 끝날 게 아니라 우리만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강력한 제도와 법으로 인위적 변화를 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강력한 벌금제까지 도입
해외에선 성별 다양성 확보를 위한 여러 제도가 도입되는 추세다. 가장 강력한 제도가 프랑스의 '남녀평등지침'이다. 2019년 도입됐는데, 기업들을 기본임금 차이, 개별 임금 상승, 승진 차이, 육아휴직 후 임금 상승률 등으로 점수를 매긴다. 100점 만점에 75점 이하를 맞은 기업은 3년 안에 75점까지 점수를 올려야 한다. 3년 뒤에도 75점을 넘지 못하면 이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전체 임금의 1%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아이슬란드에선 2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남녀 동일하게 임금을 주고 있다는 인증을 받아야 한다.
우리의 관련 제도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정도다. 여성 노동자와 관리자 비율을 일정 부분 충족하도록 유도하는 고용노동부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기업만 대상이다. 여성 중 300명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비율은 9.6%에 불과하다. 내년 8월부터는 여성 임원을 최소 한 명 이상 둬야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는데, 우선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만 적용된다.
프랑스 남녀평등지침 평가 기준<자료: 여성인재 아카데미>
지표 | 비중 | 점수 |
---|---|---|
기본임금 차이+개별 수당 | 40% | 0~40점 |
개별 임금상승 분류의 차이 | 20% | 0~20점 |
승진(배치) 차이 | 15% | 0~15점 |
육아휴직 후 임금 상승률 | 15% | 0~15점 |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10명 중 여성 수 | 10% | 0~10점 |
총계=지수 | 100% | 0~100점 |
김 원장은 "유럽과 북미에선 여성 임원 비중을 30, 40%로 정하는 할당제도가 도입돼 있다"며 "이걸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분명 저항과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적절한 수치를 정해 기준으로 잡고, 사업장 명단공개 등을 적극 활용해 문제점이 드러나도록 가시화하고, 실질적 개선 노력을 이행하도록 하는 정부의 지원,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을 때 페널티를 주는 식의 규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책임과 권한 가진 여성 관리자가 앞장서야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의 책임감이 강조됐다. 이날 행사는 유리천장을 뚫고 공공과 민간에서 고위직까지 오른 여성 관리자 70여 명이 청중이었다. 여성 리더들이 조직의 성별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구성원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성별 다양성이란 조직의 의사결정과 이익 배분 등 운영 전반에 대해 권한뿐 아니라 책임도 나눠 가진다는 뜻"이라며 "책임과 권한이 있는 자리에 오른 자가 변화를 시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모여 시너지를 발휘해야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앞장서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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