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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경찰부대사건' 유족 손배 좌절… 헌재 "처벌법 아니면 재심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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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경찰부대사건' 유족 손배 좌절… 헌재 "처벌법 아니면 재심 불가"

입력
2021.11.30 16:00
수정
2021.11.30 16:09
0 0

불법행위 판단받았지만, 소멸시효 지나 패소 확정
관련 조항 위헌 결정 후 재청구했지만 법원이 물리쳐
헌재 "법적 안정성"에 무게... "입법론적으로 풀어야"

유남석(뒷줄 가운데)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헌법소원 심판사건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뒷줄 가운데)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헌법소원 심판사건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1950년 ‘나주 경찰부대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끝내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민법 등 처벌과 무관한 법률이 위헌 판단을 받더라도 이미 확정된 재판에 대해선 영향이 없도록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재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헌재는 나주 경찰부대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헌법재판소법 75조 등이 재판청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나주 경찰부대는 1950년 7월쯤 경찰 버클 등을 가린 채 전남 나주와 해남 등지로 후퇴하던 중 자신들을 인민군으로 오인해 환영한 지역 주민 97명을 사살했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국가의 공식 사과와 희생자 명예회복 조치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희생자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이 지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이유로 2009년 패소가 확정됐다.

하지만 2018년 헌재는 민법의 소멸시효를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에 적용하는 게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위헌 결정했다. 이듬해 나주 사건 유족들은 이 결정 등을 근거로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헌 판단이 내려졌을 때 헌법소원 관련 사건 소송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만 재심 청구를 할 수 있고, ‘형벌이 아닌 법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 효력은 결정 이후 발생한 사건에만 적용될 뿐 소급 적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 헌재법 조항 때문이었다. 유족들은 2009년 패소가 확정돼 재심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유족들은 해당 헌재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다수 재판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남석 헌재소장 등 5명 재판관들은 “청구인들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한 것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법 체계의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합헌 결정했다. 모든 비형벌 법규를 대상으로 재심을 허용하면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등 4명 재판관은 “법 체계 보호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보다 언제나 앞서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재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헌재 역시 합리적 이유 없이 법적 안정성과 가해자 보호만을 중시하는 판단을 했다고도 지적했다.

다수 의견 재판관들은 유족들의 헌법소원을 기각하면서도 “입법론적으로 2018년 위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피해자ㆍ유족에게 특별 재심을 허용해 구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5ㆍ18특별법, 부마민주항쟁특별법, 제주4ㆍ3사건특별법 등 재심 사유에 관한 특별 규정을 둔 법률들을 예로 들었다. 헌재 관계자는 “향후 국회의 개선 입법 여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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