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낸 게임법 개정안이 8일 만에 사라졌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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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낸 게임법 개정안이 8일 만에 사라졌다, 왜

입력
2021.12.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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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등 국민의힘 의원 발의 게임산업법 개정안
'확률형 아이템 규제 명시' 삭제 "자율규제" 넣어
게이머들 "게임회사 입장 대변? 자율규제 반대"
발의 철회 불구 "다시 흔들기 할 수도" 의심 여전

메이플스토리 게이머들의 입장을 담은 트럭이 국회 앞을 지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올 한 해 게이머들 사이의 최대 의제였던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다루기 위한 정치권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개정안이 지난 한 주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다. 국민의힘 측에서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내용이 삭제되고 "자율규제를 최대한 장려하고 존중하라"는 내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의 집단 항의 등이 영향을 미쳐 이 법안은 결국 철회됐다.

앞서 업계에 따르면,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의원 10명과 함께 지난달 23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가 12월 1일, 발의 여드레 만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은 당초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동일한 법률 개정안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명시한 것과 달리, 관련 내용이 빠졌다. 대신 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법에서 정한 사항 외에는 게임관련사업자와 게임이용자 등 게임과 관련한 자율규제를 최대한 장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에는 '자율규제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문구가 들어있다.

당초 많은 게이머들은 이상헌 의원 등 17명이 발의한 게임법 전부개정안(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이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소할 것이란 기대를 걸어 왔다. 12월 발의한 이 법안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한 게임법 개정안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①확률형 아이템의 개념을 명시하고 ②확률을 공개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벌칙조항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게이머들은 기존 법안과 정면 충돌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발의로 새로 등장한 게임법 개정안이 업계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인식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못박은 부분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이 법에서 정한 사항 외에 자율규제를 최대한 장려하고 존중한다'는 부분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외부 통제를 막는 법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법안 발의가 "기존에 발의된 게임법 개정안 물타기"라고 성격을 규정하면서 "새로운 법안이 발의됐더라면 유사법안은 통합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청회를 다시 열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쟁점 법안'이 돼 합의 없이 발의를 강행할 수 없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확대된 자율규제 시행' 직전에 발의된 '물타기' 법안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공개한 12월 1일부터 시행되는 새 자율규제의 기존 규제와의 차이점


마침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자율규제의 확대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축이 돼 마련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은 1일부터 적용되는데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지적받은 문제들을 다수 반영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①과거 확률 정보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확률형 '아이템' 획득에만 한정되던 것을 유료이자 확률적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콘텐츠에 대해 공개하도록 변경했다. 즉 확률적으로 성공하는 아이템의 강화나 합성 등도 성공 또는 실패 확률을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또 ②유료와 무료 요소가 결합된 경우에도 확률을 공개하도록 했다. 과거에는 유료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재료에 대해서는 확률을 공개하고, 이후 이 재료를 이용해 아이템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확률은 무료라는 이유로 비공개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자율규제안을 비켜 갔는데, 새 자율규제에선 이런 움직임을 막은 것이다.

하지만 업계가 새 자율규제를 실행하는 시점과 거의 비슷한 시점에 이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은 오히려 기존 개정안에 대한 여론전을 시도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자율규제로 못 막은 확률조작, 자율규제로 해결한다니"


지난달 1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대회 지스타를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부산=뉴스1


무엇보다 게이머들은 게임사의 '자율규제'를 거의 신뢰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자율규제'라는 형식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했지만 이를 무효화한 것 역시 게임회사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이용자들에게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트럭 시위'에 불을 당긴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확률 표시가 불명확했다는 점이 게임을 둘러싼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3월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 19명이 함께 발의한 별도의 게임법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조작 의혹 등으로 이용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입법 의도에 밝히면서 일정 규모 이상 게임사에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두고 이용자의 시각에서 게임 콘텐츠를 감시하자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 게이머는 해당 법안의 존재를 알리는 게임 커뮤니티 게시글에 "지금까지 자율규제를 했다가 게임사가 확률을 공개하지도 않고, 천장(확률형 아이템을 일정 수 이상 구매하면 확정적으로 강력한 아이템을 주는 제도)도 없고, 심지어 확률 조작까지 하는데 그런 상황을 연장하겠다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캡처

새 개정안이 논란의 도마에 오르자, 처음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이용자 여러분 도와달라.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다. 여러분의 관심이 절실한 때"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게임법 개정안이 쟁점 법안화하는 것을 막아 달라는 의도였다. 해당 게시물에는 응원 답글이 꾸준히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비판 여론이 빗발치면서 이용 의원은 1일 새 전부개정안의 발의를 철회했지만, 이제 게이머들의 관심은 기존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을 통과시키는 데 쏠리고 있다.

위정현 학회장은 "게임법 개정안 발의가 1년이 돼 가고, 해당 법안에 대해 여야 의원 간에 이견이 없고, 게이머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입법이 지연되는 게 안타깝다"며 "입법이 늦어지면 이와 같은 '흔들기' 행동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 불씨가 계속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입법이 지연되는 것은 오히려 게임산업 전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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