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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된 고래 방류, 죽음으로 모는 일"… 해양포유류 전문가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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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된 고래 방류, 죽음으로 모는 일"… 해양포유류 전문가의 일침

입력
2021.12.01 11: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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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물복지연구소 소속 나오미 로즈 인터뷰
야생방류 위해 포획 시기, 방류 장소 등 고려해야
'비봉이' 제외 남은 수족관 고래류 성공 가능성 낮아


2017년 5월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방류되기 전 생태설명회장에 홀로 남은 태지의 모습. 고은경 기자

2017년 5월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방류되기 전 생태설명회장에 홀로 남은 태지의 모습. 고은경 기자

국내 수족관에 남은 고래류는 22마리. 올해 수족관에서 죽은 고래류만 5마리다.

1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국내 수족관에서 사망한 돌고래 31마리 중 20마리는 3년도 채 살지 못했다. 수족관에 홀로 남은 고래류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벨루가 '벨라', 한화 계열 아쿠아플라넷 여수 벨루가 '루비' 등 2마리다.

수족관에서 고래류가 잇따라 사망하면서 일부 기업은 고래류를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호반그룹 계열 돌고래쇼업체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은 올해 9월 혼종 돌고래 '바다'(6세)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11월 초 남은 고래류 세 마리를 방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도 벨라의 방류 계획을 밝힌 지 2년 만인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종 목표는 야생 방류라고 발표했다.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인 나오미 로즈는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봉이를 제외한 나머지 한국 수족관 고래류의 야생방류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나오미 로즈 제공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인 나오미 로즈는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봉이를 제외한 나머지 한국 수족관 고래류의 야생방류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나오미 로즈 제공

실제 국내에선 서울대공원에서 공연을 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등을 제주 앞바다에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나머지 수족관에 남은 고래류도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바다로 돌려보내는 게 최선일까.

이에 대해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인 나오미 로즈는 지난달 30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를 통해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제외한 큰돌고래 태지, 벨루가 벨라 등 나머지 고래류를 방류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비봉이를 제외한 나머지 고래류의 포획 시기, 방류 지역 등을 고려했을 때 야생 방류하는 건 이들을 죽음으로 모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로즈는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으로 고래류를 위한 각국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태지 등 한국 돌고래 문제 자문을 위해서 수차례 방한했다.

"비봉이, 위치추적 전제 방류 가능성 있어"... 다이지 큰돌고래는 불가능

2019년 2월 제주 퍼시픽리솜에서 큰돌고래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2019년 2월 제주 퍼시픽리솜에서 큰돌고래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퍼시픽리솜에 있는 고래류 3마리는 2005년 4월 제주 비양도에서 잡혀 지금까지 쇼에 동원되고 있는 비봉이와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 앞바다에서 포획된 태지, 아랑이다. 비봉이의 경우 스물일곱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태지와 아랑이는 오랜 수족관 생활에 큰돌고래를 합법적으로 포획하는 일본 바다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로즈는 우선 비봉이의 방류 성공 가능성을 2017년 제주에 돌려보냈다가 소식이 끊긴 남방큰돌고래 금등이, 대포의 경우보다 높게 봤다. 그는 금등이와 대포의 방류 실패 원인으로 어릴 때 포획된 데다 수족관 생활이 길었던 점, 방류 시 위성장치를 달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 홈페이지에 나온 큰돌고래 소개 내용. 바다의 사망 소식은 반영되지 않았다. 퍼시픽리솜은 태지를 대니로 개명했다. 퍼시픽리솜 홈페이지 캡처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 홈페이지에 나온 큰돌고래 소개 내용. 바다의 사망 소식은 반영되지 않았다. 퍼시픽리솜은 태지를 대니로 개명했다. 퍼시픽리솜 홈페이지 캡처

그는 "비봉이는 청소년기를 지나 열 살이 넘어 잡혔기 때문에 야생에서의 삶과 사냥하는 법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며 "비봉이가 무리에 돌아갈 수만 있다면 방류는 낙관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27세라는 추정 나이가 수족관 고래류의 기대 수명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야생에서의 최대 수명인 50~60세보다는 어린 편이어서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며 "다만 방류 시 사람들이 모니터할 수 있고, 문제 발생 시 다시 포획할 수 있도록 추적 가능한 위성장치를 꼭 달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돌고래쇼 중간에 사육사의 지시를 거부하는 ‘비봉이’. 핫핑크돌핀스 제공

돌고래쇼 중간에 사육사의 지시를 거부하는 ‘비봉이’. 핫핑크돌핀스 제공

태지를 일본 근처 해류에 방류하면 된다는 국내 일부 학자와 동물단체의 의견에 대해서는 "일본 해류에 방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로즈는 "태어난 곳이나 무리에 대한 기억이 없는 태지를 다이지 앞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은 죽음으로 모는 행위와 같다"며 "이는 지방 보육시설에서 길러진 아이를 어른이 된 후 집, 돈, 일자리, 가족 등 생존에 필요한 어떤 것도 없는 상태에서 대도시에 데려다 놓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다이지에서 잡힌 큰돌고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며 "태지뿐만 아니라 다이지에서 잡힌 어떤 돌고래도 성공적인 방류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수족관에 놔둘 수도, 원 서식지에 방류할 수도 없는 태지와 아랑이를 위한 최선의 방안은 무엇일까. 로즈는 "아직 큰돌고래를 위한 생크추어리(보호시설)가 없다는 게 유감이다"며 "태지와 아랑이가 갈 곳이 없다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다른 시설로 옮기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롯데월드 벨라 야생 방류 가능성 제로에 가깝다"

현재 국내 수족관에 남은 고래류 현황. 핫핑크돌핀스 제공

현재 국내 수족관에 남은 고래류 현황. 핫핑크돌핀스 제공

2년 넘게 방류나 생크추어리로의 이송을 위한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벨루가 벨라의 야생 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로에 가깝다"고 단호히 밝혔다. 먼저 러시아 정부가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방류를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로즈는 "벨라는 어릴 때 잡혔기 때문에 야생에 대한 기억이 없고, 포획되기 전 어떤 무리에 속했는지 알 수 없다"며 "롯데가 설사 벨라를 포획된 부근에 방류한다 해도 실패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살고 있는 벨라가 유리창에 다가와 관람객을 쳐다보고 있다. 고은경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살고 있는 벨라가 유리창에 다가와 관람객을 쳐다보고 있다. 고은경 기자

또 롯데가 러시아, 캐나다, 아이슬란드를 벨라의 최종 방류지로 거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포획된 장소가 아닌 다른 곳의 방류는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국제보전과학커뮤니티 등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캐나다에 짓고 있는 벨루가 생크추어리인 고래생크추어리프로젝트는 롯데가 주장하는 야생 방류 전 머물 수 있는 '야생적응장'으로서의 공간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며 "롯데는 이를 주장하기 전 법적으로 가능한지부터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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