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년간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이끌어 왔던 염수정 추기경이 8일로 예정된 서울대교구장 퇴임을 앞두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염 추기경은 30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이임 감사미사에서 “교구장직을 떠나도 매 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우리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지내겠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이날 강론에서 “사제로 51년을, 주교로 20년을 살아왔고 교구장이란 너무 버거운 십자가를 지게 됐다. 그동안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하느님께서 많은 은총을 주시고 좋은 협조자들을 보내주셔서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됐다”면서 신자와 수도자, 사제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님이 당부하신 양 냄새나는 착한 목자로서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치려고 했지만 능력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염 추기경은 자신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염 추기경은 “제가 직분을 수행하는 동안 저의 말과 행동 때문에 상처 받은 분들이 계시다면, 틀림없이 그런 분들이 있는데, 이 자리를 빌려서 용서를 청한다”면서 “주님의 자비로운 마음으로 자비를 베풀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임 감사미사와 환송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와 주교단, 교구 사제단, 수도자, 평신도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슈에레브 대주교는 송사에서 “추기경께서 모범적 헌신으로 완수하신 이 길을 감사의 마음으로 기억하는 동시에, 또한 앞으로 주님께서 추기경을 이끌어주실 그 시간들을 바라보며, 전임 대교구장이신 추기경님께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염 추기경은 1943년생으로 고(故) 김수환·정진석 추기경에 이어서 한국 천주교가 낳은 세 번째 추기경이다. 지난 1970년 천주교 사제가 됐고 2002년 주교 서품을 받았다. 2012년부터 서울대교구장을 맡았다. 교구장 정년(만 75세)을 채우고 이전부터 사임할 뜻을 밝혔던 염 추기경은 지난달 2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임 교구장으로 정순택 대주교를 임명하면서 마침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염 추기경은 이임 감사 미사 이후 그동안 생활하던 명동 주교관을 떠나 사제의 꿈을 키웠던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 내 주교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곳은 정진석 추기경이 생전에 머물던 공간이다. 교회법에 따라 염 추기경은 다음 달 8일 명동대성당에서 열리는 정순택 대주교의 서울대교구장 착좌 미사 전까지 교구장 직책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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