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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3개월 넘게 복용하면 당뇨병 16% 증가

입력
2021.11.29 20:50
수정
2021.11.2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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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항생제를 3개월 넘게 장기 복용하면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16% 늘어난다는 연구가 나왔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박선재ㆍ박영준 연구원)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40세 이상 20만1,459명을 14년간 추적·관찰한 결과다.

그 결과, 항생제를 90일 이상 사용한 그룹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그룹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16% 높았다.

또 항생제를 5가지 이상 사용한 경우 1가지만 투여한 그룹보다 당뇨병 위험이 14% 높았다.

이러한 이유로 연구팀은 항생제 과사용에 의한 장내 미생물균총 변화(유익균이 줄고 유해균이 증가 등)를 지목했다.

논문 제1저자인 박영준 연구원은 “장내 미생물균총 불균형에 의해 대장의 신진대사에 영향을 주는 ‘짧은 사슬 지방산’ 구성의 불균형이 일어난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짧은 사슬 지방산 변화에 의해 당뇨병 전(前)단계인 공복혈당장애가 생기고 인슐린저항성(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기능 저하)이 늘어나면서 당뇨병이 생긴다는 선행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항생제 사용이 장내 미생물균총에 영향을 미쳐 여러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한국은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항생제 사용량이 세 번째로 많다.

이번 성과는 대규모 아시아계 성인 대상으로 항생제와 당뇨병의 관계를 분석한 최초의 연구여서 국내 무분별한 항생제 처방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음주나 흡연 등 당뇨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란 변수들도 감안해 정교함을 더했다.

박 교수는 “40세 이상에서의 항생제 사용과 당뇨병 발생 위험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밝혀졌기에 항생제 사용 득실을 고려해 신중히 처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뇨병은 만성콩팥병ㆍ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국내 성인 7명 가운데 1명이 당뇨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에 노출된 사람도 1,440만 명에 이른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앞서 항생제 사용이 어린이 비만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항생제 사용이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누적 항생제 사용일에 따른 당뇨병 발생 위험. 항생제 누적 처방이 90일 이상인 그룹은 미사용 그룹 대비 당뇨병 발생 위험이 16% 높았다. 서울대병원 제공

누적 항생제 사용일에 따른 당뇨병 발생 위험. 항생제 누적 처방이 90일 이상인 그룹은 미사용 그룹 대비 당뇨병 발생 위험이 16% 높았다. 서울대병원 제공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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