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도권 신축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해 버블기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주로 ‘타워 맨션’이라 불리는 도쿄의 고층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데, ‘파워 커플’이라 불리는 고소득 맞벌이 가구의 증가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29일 NHK에 따르면 최근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지난달 수도권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1% 상승한 6,750만 엔(약 7억 원)으로 버블기인 1990년을 넘어 10월 가격으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일 년 전체로 봐도 올해 아파트 가격은 역대 최고가 될 전망이다. 특히 도쿄 23구의 평균 가격이 8,455만 엔으로 전체 가격을 밀어올렸다. 가나가와현은 5,101만 엔, 사이타마현 4,288만 엔, 지바현은 4,288만 엔으로 도쿄에 크게 못 미쳤다.
가격이 오르는 일차적 원인은 공급은 감소하는 반면 수요는 견고하기 때문이다. 도쿄 곳곳의 재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서 더 이상 매입할 토지가 부족해 아파트 공급이 줄었다. 7월 신축 아파트 판매 호수 역시 전년 동월 대비 38.8%나 감소한 2,055호에 머물렀다. 토지가 부족하다 보니 매입 가격이 상승해 분양가에 반영된다.
수요 측면에서는 이른바 ‘파워 커플’의 증가가 배경에 있다. 최근 후지TV 보도에 따르면 파워 커플이란 각자의 연 수입이 700만 엔 이상, 가구 연 수입은 1,400만 엔 이상인 고소득 맞벌이 부부를 말한다. 한편에선 비정규직, 파견 근로자 등 저소득층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선 이런 파워 커플이 지난 7년간 1.6배로 늘면서 도쿄 23구 내 신축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직장에서 멀지 않은 도쿄도 내, 최신 설비가 갖춰진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을 선호한다.
아베 신조 전 정권 출범 이후 계속된 금융완화 정책으로 초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이들의 모기지 대출이 수월해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변동금리 모기지로 5,000만 엔 정도를 차입할 경우, 버블기였던 1991년엔 연 8.5%의 이자를 내야 했지만 지금은 0.475%에 불과해 부담이 적어졌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와타나베 후미코 연구원은 NHK에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 등 수입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도쿄의 신축 아파트를) 구입하고 있다”면서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대의 매물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지금 판매되는 물량은 코로나 이전에 토지를 매입한 물건으로, 그 후 토지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으니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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