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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대학 해결사로 등판..."사립대 위기는 지방소멸과 직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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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대학 해결사로 등판..."사립대 위기는 지방소멸과 직결"

입력
2021.12.01 01:00
수정
2021.12.0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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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인물] 홍덕률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폐교대학 종합관리기관 지정, 이달 중 '폐교대학 기록물 관리센터' 착공
10만 강사 대책, 일부서 '국가고용직' 제도 도입 거론
2014년 재단 이전후 채용 70명 중 46명이 지역 인재
중장기 비전 키워드는 '학교 학생 미래'

홍덕률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이 29일 대구 혁신도시 재단건물 앞에서 재단의 청사진을 말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홍덕률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이 29일 대구 혁신도시 재단건물 앞에서 재단의 청사진을 말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4일 창립 32주년을 맞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은 대구 동구 혁신도시에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사립학교 교육환경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하지만 13년째 등록금 동결에다 학령인구 급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사립대를 지원하는 것이 주업무가 됐다. 지난 6월 이곳에 '비수도권 사립대 총장 출신' 이사장이 취임했다. 대학 민주화운동의 산증인 홍덕률(64) 이사장을 29일 재단에서 만났다.


-33년간 대학에 몸담은 비수도권 사립대 총장 출신 이사장으로서 대학의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전국 모든 대학이 어렵지만 사립대, 그것도 지방 사립대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기다. 방치하면 지방 중소도시 중심으로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하고, 지역 경제와 문화도 함께 붕괴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방 소멸을 앞당기게 되는 것이다. 교육부가 사립대의 어려움을 심각하게 인식한 탓에 이사장이 될 수 있었다. 사립대의 위기를 한국 고등교육과 대한민국의 위기로 읽어야 한다."

-폐교 위기에 내몰린 사립대가 많다. 어떻게 대처하나.

"최근 전남 광양의 한려대 법인이 파산선고를 받는 등 지금까지 18개 대학이 폐교했다. 재단은 그동안 폐교 대학생의 특별 편입학 지원이나 졸업 및 경력증명서 발급 등 최소한의 뒷일만 감당했다. 하지만 올 하반기 재단이 폐교대학 종합관리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길거리로 내몰린 교수와 직원의 체불임금, 폐교 부지와 건물 등 자산매각, 지역사회를 위한 재활용 방안 사업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12월 중 재단 건물 옆에 '폐교대학 기록물 관리센터'가 착공되고, 내년 가을 준공하면 폐교 대학의 학적 및 재정 자료 등 각종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폐교 대학 중 법인이 청산된 대학은 1곳 뿐이다. 왜 그런가.

"2014년 폐교한 경북외국어대학이 유일하게 2018년 법인을 청산했다. 나머지 17개 폐교 대학은 다른 교육시설을 운영하거나, 설립자 기여분 지급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청산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설립자 기여분에 대한 논쟁은 뜨겁다. 대학 설립자와 법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일정 정도 기여분을 줘야 한다는 입장과 과거 영화를 누렸으니 그냥 청산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가 맞붙어 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학 강사들도 죽을 맛이다.

"10만명에 가까운 강사들이 올해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방학중 임금과 퇴직금을 지원받고 있다. 내년에도 지원을 연장할 지가 곧 결정된다. 대학들이 폐교 위기에 내몰린 터라 강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들 고급인력을 국가가 고용하는 '국가연구직' 제도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홍덕률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이 29일 대구 혁신도시 재단건물 앞에서 재단의 청사진을 말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홍덕률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이 29일 대구 혁신도시 재단건물 앞에서 재단의 청사진을 말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재단의 주요사업인 행복기숙사가 주춤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입학정원 충원미달 사태가 속출하면서 기숙사 수요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대학마다 기숙사 신축 연기나 축소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 대학의 원격강좌 수강인원 수는 2019년에 비해 10.5배 증가했고, 기숙사 수요 급감으로 이어졌다. 매년 1,000억원의 예산을 행복기숙사에 투자하는 재단은 오래된 기숙사 리모델링 사업을 우선 추진하면서 기존 3, 4인실 구조를 1, 2인 형태로 바꾸고 장애 학생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꿀 계획이다. 또 수도권에는 여러 대학 학생들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연합형 행복기숙사를 확충한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많다. 재정지원은 어떤 기준으로 하고 있나.

"재단은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사학진흥기금을 대학에 융자하고 있다. 대학정보화 지원, 강사 처우개선 지원, 사학혁신 지원사업 등이지만 한계가 있다. 앞으로 재단은 한계 상황에 처한 사립대학들에 대해 경영컨설팅을 강화하고,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 제정과 같은 해결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직원들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주요 회의를 영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제공

한국사학진흥재단 직원들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주요 회의를 영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제공

-재단이 2014년 대구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지역사회 상생이라는 관점에서 성적표를 매긴다면.

"지난 6월 이사장으로 취임했을 때부터 '지역 출신 이사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고 있다. 기대감 때문이겠지만 어깨가 무겁다. 재단은 대구로 이전한 후 '이전 공공기관 협의체', '달구벌 커먼그라운드', '지역문제 해결 플랫폼' 등을 통해 다양한 지자체 협력사업을 펴고 있다. 또 이전 후 채용한 신입사원 70명 중 46명(65.7%)이 대구와 경북의 인재들이다. '지방분권 지역혁신운동'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민간위원으로도 참여했던 터라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고 믿고 있다."

-4일 창립 32주년을 맞는다. 중장기 청사진이 궁금하다.

"창립 기념 비전 선포식 때 공식화할 미래 비전을 간략하게 말하면 '학교를 튼튼하게, 학생을 행복하게, 미래교육 선도기관'이다. '학교, 학생, 미래'라는 키워드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이를 위해 재단은 '지속 가능한 사립대학의 파트너'로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학생의 주거복지와 교육환경을 지원한다. 또 고등교육의 정책을 선도하고 공유기반의 미래환경을 지원하며 'ESG 경영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 재단의 정책역량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약력

△제물포고 △서울대 문학사, 석·박사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대구사이버대 총장 △대구대 총장 △경북행복재단 이사장 △경북도평생교육진흥원장 △대통령 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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