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작성 기자 해고하자 불복 소송
1심은 "해고 정당" 항소심 "사유 인정 안 돼"
대법 "상호인격 존중 사규 위배" 파기환송
동료 기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방송사 카메라 기자를 해고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 이숙연)는 최근 전직 카메라 기자 A씨가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등은 2017년 8월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인사에 반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MBC의 특별감사 결과 A씨 등은 2013년쯤 ‘회사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에 따라 동료 카메라 기자들의 성향을 4개 등급으로 나누고, ‘카메라 기자 성향분석표’ ‘요주의 인물 성향’과 같은 문건을 작성했다.
MBC 측은 2018년 5월 A씨를 해고하면서, 해고 사유로 ①문건 작성으로 복무 질서를 어지럽힌 점 ②문건에 기초해 ‘인사 이동안’을 작성하고 인사권자에 보고해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한 점 ③문건을 타인과 공유해 명예훼손죄·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점을 꼽았다.
1심은 해고가 적법하다고 봤다. 3가지 해고 사유 중 ‘인사 이동안 작성 및 보고’ 부분의 사실관계는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다른 2건의 징계 사유만으로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라고 본 것이다.
반면 2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문건 유출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A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게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A씨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반(反)노조 성향인 카메라 기자 2명과 문건을 공유했을 뿐 그 외엔 유출하지 않았다”며 ‘공연성’(다수인에게 널리 알려지는 것)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문건을 작성해 복무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것만으로는 비위 행위가 무겁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블랙리스트 문건과 인사 이동안을 작성·보고하고 다른 직원에게 전달한 것은 상호인격을 존중해 직장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정한 사규 위반 행위”라며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형사 처벌감은 아니어도 징계 사유로는 충분히 인정된다는 취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