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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 백신 접종'... 코로나가 바꾼 미국 산타클로스 문화

입력
2021.11.28 15:45
수정
2021.11.28 15:4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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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주 블루밍턴의 몰 오브 아메리카에서 일하는 산타클로스 모델이 지난해 11월 24일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으로 고객들과 만나고 있다. 블루밍턴=AFP 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주 블루밍턴의 몰 오브 아메리카에서 일하는 산타클로스 모델이 지난해 11월 24일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으로 고객들과 만나고 있다. 블루밍턴=AFP 연합뉴스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미국 쇼핑몰이나 백화점, 상점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은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남성이다. 흰 수염에 배불뚝이 할아버지, 아저씨가 빨간 산타 옷을 입고 썰매, 의자에 앉아 어린아이나 쇼핑객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주며 홍보와 모객 효과를 극대화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을 덮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쇼핑 관련 데이터 업체 글로벌데이터리테일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미국 쇼핑몰이나 상점에서 산타클로스를 찾은 사람은 1,000만 가구 이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610만 가구로 줄었다. 2021년 겨울에는 산타들이 되돌아올 수 있을까.

산타 역할을 할 사람들을 800곳 이상의 쇼핑몰, 대형마트 등에 소개해 온 체리힐 프로그램 크리스 랜드트룹 대변인은 미 AP통신에 “지난해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산타가 돌아왔고 우리는 이 사실에 매우 흥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체리힐은 산타 역할을 하는 직원에게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 사유 때문에 접종하지 않았을 경우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각종 예방책도 도입됐다. 미네소타주(州)에 있는 몰 오브 아메리카의 경우 산타는 창문 뒤 통나무집에 머무르고 손님들은 그 앞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기로 했다. 유통업체 배스프로숍과 카벨라스 역시 산타와 사진을 찍는 의자에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했다.

미국의 대표적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산타를 만나는 고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뉴저지주 무어스타운의 한 사진관에서 일하는 산타 복장 모델들은 지난해처럼 마스크나 플라스틱 얼굴 보호막을 의무적으로 착용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을 안아 주거나 비밀스러운 소원을 들어주는 식의 접촉은 피할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이달 들어 미국에서 시작된 5~11세 어린이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산타들의 귀환을 돕는 요인이다. 글로벌데이터리테일은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890만 가구가 산타를 찾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코로나19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산타도 많다. 산타 부부 2,000여 명으로 구성된 IBRBS(국제 진짜 턱수염 산타 형제) 대표 스티븐 아놀드는 AP에 코로나19로 사망한 산타가 57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우리 대부분은 과체중이고, 심장질환을 동반한 당뇨가 있죠. 이 말은, 우리가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의 주요 타깃이라는 얘기입니다.”

20년 넘게 산타로 일해 온 루터 랜든은 “대다수 산타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아주 꺼려하고 있다”면서도 “물론 (코로나19를) 걱정하지 않는 몇몇 산타들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를 대하는 미국 사회의 양면성이 산타 공동체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는 셈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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