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과 등산로를 산책하던 소형견이 사냥개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멧돼지를 포획하기 위한 사냥개들인데, 등록 현행법상 의무대상에서 제외돼 현황 파악도 제대로 안 돼 있어 언제든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일, A씨는 대구 북구 함지산 산책로에서 반려견과 평소처럼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구역을 돌고 있던 사냥개 3마리가 갑자기 A씨 일행을 습격했습니다. 사냥개 중 한 마리는 A씨 반려견의 목덜미를 거칠게 물어뜯었습니다. A씨는 주변에 있는 나무막대를 들고 사냥개를 때리는 등 공격을 막으려 애썼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사냥개 2마리가 A씨 일행 주위를 돌면서 불안감을 조성했고, 결국 A씨는 사냥개를 피해 높은 곳으로 도망간 뒤 경찰과 소방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119 대원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반려견은 이미 목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A씨 일행을 습격한 사냥개들은 멧돼지를 포획하기 위한 사냥개들이었습니다. 북구는 멧돼지나 고라니 등 유해야생동물로 인해 농작물 피해를 예방하고자 '멧돼지 집중 포획기간'을 운영 중이었습니다. 포획단은 “멧돼지를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사냥개를 풀어야 하고, 구청 허가도 받았다”며 정상적인 과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사냥개 관리 규칙 등이 정해지지 않은 채 동물보호법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고를 일으킨 사냥개들은 동물보호법상 맹견으로 지정된 견종들이지만 등록대상동물은 아닙니다. 현행법상 등록대상동물은 ‘주택 혹은 준주택에서 기르며 반려 목적으로 키우는 개’로 한정돼 있습니다. 반려목적이 아닌 수렵 목적으로 키워지는 사냥개들은 등록 의무대상에서 제외되다 보니 얼마나 키워지고 있는지, 어떻게 사육하는지 현황 파악도 어렵습니다.
일반인이 반려 목적으로 키우는 맹견은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조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사냥 목적으로 키우는 개들은 지자체에서 포획단이 일정 기간 풀어놓는 행위를 허용합니다. 즉, 맹견이 시민들이 돌아다니는 등산로 인근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뜻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반려견이 피해를 입었지만, 시민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또 다른 원인은 사냥개를 사육하는 방식입니다. 사냥을 목적으로 키우는 개들은 공격성이 극대화되는 방식으로 키워집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경비 혹은 사냥 목적으로 키워지는 개들 상당수는 사회화가 안 돼 있다”며 “개에게 먹을 것을 잘 주지 않아 굶주리는 등 욕구 불만을 가진 사례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개를 이용해 사냥을 하는 문화가 남아 있는 일부 국가에서도 이런 사육 방식은 규제 대상”이라고 지적하며 “영국과 호주의 경우 개가 직접적으로 공격성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사육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개가 사냥감을 탐색하거나 추적할 수는 있어도, 사냥감을 향해 직접 공격하지는 못하도록 공격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사육을 유도한다는 뜻이죠.
영국과 호주의 규정에는 ‘사회성을 기르고 기본적인 영양공급을 준수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 규정의 핵심은 반려동물 뿐 아니라 모든 개의 사육방식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라며 국내에도 개 사육 방식을 반려동물 뿐 아니라 모든 개에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려견 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사냥개 안전사고를 염두에 둔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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