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석 한국농어촌공사 청송영양지사장
지난해 가을, 한 청년이 사과 한 박스를 들고 찾아왔다. 청년은 그해 초 지사를 통해 농지 구입 융자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하면서 고마운 마음에 사과를 들고 왔다고 했다. 청년의 말에 따르면 몇 해 전 귀농을 한 그는 그해 초 대출을 받으려고 여러 금융기관을 찾아다녔지만 농지 담보 대출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서울로 다시 돌아가려던 찰나 지인에게 농어촌공사에 가면 2030세대들을 대상으로 한 과수원 구입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금융기관과 달리 대출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그는 그만둘 뻔했던 농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그날 마음만 받겠다며 사과를 돌려보냈지만 지사의 정책이 제대로 통했다는 생각에 직원들과 함께 즐거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최근 농촌 인구 감소율이 심상치 않다. 마을에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고, 빈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없으니 정이 넘치는 농촌의 일상도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특히 청송, 영양군은 경북 내 가장 인구가 적다. 대도시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오지인 까닭에 감소세가 더욱 뚜렷하다. 이를테면, 청송군 인구는 올초 2만5,000명이 붕괴되면서 인근 영양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기초자치단체로 전락했다.
정부도 이러한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올 10월부터 인구감소지역을 지정·고시하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농촌 소멸을 막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청송영양지사도 정부의 정책기조에 발맞추어 청송·영양군 지역의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민이 타지역으로 가는 것을 막고 귀촌 귀농을 활성화하는 방법은 경제를 살리는 것밖에 없다.
핵심은 상황에 맞는 지원이다. 단순한 지원만으로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십상이다. 직원들과 늘 고심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다.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 중의 하나가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을 통해 은퇴농, 상속인 등의 우량농지를 매입하여 영농경험과 초기자본이 부족한 청년창업농과 2030세대에게 우선적으로 임대해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남아도는 땅, 혹은 묵힐 수밖에 없는 땅을 청년들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영농 부분에 변화를 주기 위해 농지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농지, 과원규모화 사업을 통해 연 1~2%대 저금리로 매입자금의 일부를 장기 융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30세대의 경우 지원조건은 완화시키고, 융자한도와 기간은 더욱 늘렸다. 그외 농지은행 통합포털을 통해 각 사업의 농지 등을 공고하여 청년농들이 언제, 어디서든 매입, 임차할 수 있는 농지들을 검색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관광도 주요한 수입원이다. 특히 주왕산면 외 4개의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주민역량을 강화하고 경관을 개선해 관광객의 발길을 유도하는 한편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향상시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취약지역 마을 생활여건 개조사업을 추진한 덕분에 마을경관이 좋아지고 정주 여건이 향상돼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획일적 사업이나 금융 지원이 가장 쉽다. 하지만 꼼꼼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십상이다. 지사의 농지은행사업을 통해 농업인 소득 증대와 농촌으로 유입된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 각종 마을단위사업 추진을 통해 지역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여느 사업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위기는 기회다. 힘든 시기 정말 필요한 사업들을 충실하게 추진해서 다음 세대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농촌도 멀지 않은 시기에 드라마 '전원일기' 속의 풍경처럼 사람이 북적대고 정과 온기가 도는 마음의 고향으로 다시금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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