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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킹스맨'답지 않은 프리퀄... 본 감독 "평화주의 강조하는 반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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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킹스맨'답지 않은 프리퀄... 본 감독 "평화주의 강조하는 반전영화"

입력
2021.12.20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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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개봉하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매슈 본 감독 "한국서 많은 사랑받았다는 건 영화에 대한 가장 큰 칭찬"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킹스맨'이라는 제목이 붙긴 했는데 같은 시리즈의 후속작이 맞는지 의심부터 든다. 원제도 'Kingsman'이 아닌 'The King's Man'이다. 전편에 나왔던 두 주연배우인 콜린 퍼스와 태런 에저튼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1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 등장했던 불꽃놀이 장면처럼 기발한 유머 역시 크게 줄었다. 오히려 종종 지나친 진지함이 유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유사품인가 싶겠지만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22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는 분명히 '킹스맨' 시리즈의 3편이다. 감독이 바뀐 것도 아니다. 17일 온라인 화상으로 열린 국내 매체 대상 간담회에 참석한 매슈 본 감독은 "전편에서 해리(퍼스)가 에그시(에저튼)에게 킹스맨이 1919년 설립됐고 옥스퍼드 공작에게 비극이 일어났다고 말하는데 이 부분을 꼭 짚고 넘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비밀정보기구 킹스맨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영화는 가상 시대극으로 변했다. 본 감독은 천연덕스럽게 1차 세계대전을 픽션의 세계로 끌어오고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볼셰비키혁명을 일으킨 레닌, 여성 스파이 마타 하리 등 실존 인물도 대거 등장시킨다. 영화는 1902년 남아프리카에서 시작한다. 적십자 후원자로서 가족과 함께 영국군의 포로수용소에 방문했다가 아내를 잃은 올랜도 옥스퍼드 공작(레이프 파인스)은 평화주의 신념을 굳히게 된다.

전편에서 콤비를 이뤘던 두 주인공의 구도는 옥스퍼드 공작과 성인의 문턱에 이른 아들 콘래드(해리스 디킨슨)로 이어진다. 관계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영화에서도 인용되는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구 '조국을 위한 죽음은 달콤하고 영예롭다'가 부자의 갈등을 대변한다. 콘래드는 호라티우스가 강조한 애국심에 따라 참전을 원하지만,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기 위해 반어적으로 이 시구를 인용했던 영국 시인 윌프레드 오언처럼 옥스퍼드 공작은 아들의 참전을 반대한다.

영국 조지 5세, 독일 빌헬름 2세, 러시아 니콜라이 2세 등 유럽 3국 왕들 간의 사이가 악화하면서 영국이 궁지에 몰리는 상황, 옥스퍼드 공작은 콘래드, 유모 폴리(젬마 아터튼), 집사 숄라(디몬 하운수)와 비밀조직을 결성해 전쟁을 일으키려는 악당들을 저지하러 나선다. 그 첫 번째 상대가 니콜라이 2세 뒤에서 비선실세로 권력을 장악했던 라스푸틴(리스 이판)이다.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는 러시아 국왕 니콜라이 2세 뒤에서 비선실세로 권력을 장악했던 라스푸틴(가운데)이 등장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는 러시아 국왕 니콜라이 2세 뒤에서 비선실세로 권력을 장악했던 라스푸틴(가운데)이 등장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실제 역사를 첩보물 장르의 픽션과 결합하며 킹스맨의 기원에 평화주의적 의미를 더하려 한다. 옥스퍼드의 입을 통해 영국 제국주의의 만행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기괴한 B급 유머와 재기 발랄한 엉뚱함으로 인기를 모았던 '킹스맨' 시리즈의 정체성과는 다소 충돌하는 인상을 준다. 평화주의를 강조하는 주제 때문인지 전편들만큼 재치 넘치는 액션 장면이 많지도 않다. 다만 차이코프스키의 '1812 서곡'을 배경으로 라스푸틴과 옥스퍼드 공작이 펼치는 액션은 발레와 무술을 넘나들며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본 감독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가 '반전(反戰)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1차 세계대전에 대해 읽어 보니 현재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지도자를 잘 선출해야 하고, 작은 사건이 모여 어마어마한 사건으로 번질 수 있으며, (역사적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느꼈다. 1·2차 세계대전, 걸프전 같은 전쟁은 모두 일어나선 안 됐다. 옥스퍼드의 대사처럼 우리는 평화를 위해 폭력을 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 그게 이 영화의 메시지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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