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청소년 고객의 성인 고객 전환율 90%
KB국민·하나은행도 각각 10대 전용 앱 출시
시중은행들이 미래 잠재 고객인 10대 청소년 고객들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선두주자인 카카오뱅크가 ‘미니’를 앞세워 청소년 고객 시장을 선점해나가자, 위기감을 느낀 시중은행들도 속속 10대 전용 앱을 출시하며 추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올해 성인된 '미니' 가입자 90%, 카뱅 충성고객으로 전환
24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10대 전용 간편결제 ‘미니’의 고객 중 실제 성인 고객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90%에 달한다. 지난해 미니를 사용하는 청소년 고객 10명 중 9명은 실제 올해 성인이 돼서도 카카오뱅크에서 입출금계좌를 개설하는 '충성 고객’으로 변신한 것이다. 청소년 시장이 단순히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한 투자 단계에서 실제로 이익을 창출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뜻이다.
현재 청소년 시장은 카카오뱅크가 선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미니의 가입자는 지난달 말 기준 105만 명에 달한다. 이는 만 14~19세 인구 중 39%에 달하는 수치다. 과거에도 청소년 은행 계좌 개설은 가능했지만, 가족관계증명서 등 각종 필수 서류를 챙기고 부모님까지 동행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미니의 경우, 본의 명의 휴대폰만 있으면 청소년들이 쉽게 계좌(고유번호)를 개설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 용돈 충전하고… 집안일 도우면 용돈 받아
미니의 성장세에 놀란 시중은행들도 청소년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은행들은 대학생 고객 확보에 초점을 맞춰 수백억 원대 막대한 출연금을 대학에 제공해왔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연금 액수가 높아지고,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들자 방향 전환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전히 대학생 유치도 중요하지만,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소년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청소년 고객들을 위한 금융플랫폼 앱 ‘리브넥스트’를 출시했다. 미니와 기능은 비슷하지만 편의성을 더욱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은행보다 편의점이 친근한 청소년들을 위해 전국 CU편의점에서 수수료 없이 용돈을 계좌로 입금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편의점 직원에게 현금을 주고, 앱 내 바코드가 인식되면 돈이 계좌로 입금되는 구조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 부모와 함께 설치할 수 있는 금융플랫폼 ‘아이부자’를 내놨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앱을 깔고 ‘집안일 돕기’ ‘학습지 끝내기’ 등 미션을 수행하면 부모가 자녀에게 약속된 용돈을 지급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용돈은 만 14세 이하 유소년이라도 본의 명의 휴대폰만 있으면 모바일로 신청이 가능한 ‘아이부자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이 가능하다.
앞으로 10대 시장을 놓고 벌이는 은행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전용 앱을 출시하지 않은 다른 시중은행들도 일단은 자체 앱부터 10대들을 위한 기능을 탑재하고, 10대 전용 카드를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앱, 플랫폼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청소년기부터 확실한 잠재 고객을 만들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10대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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