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 800만원→600만원 축소
보조금 100% 지급 기준도 변경 검토
소비자 구매 부담↑·시장 성장성↓ 우려
내년 보조금 축소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국내 전기차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대세로 자리한 전기차 판매를 늘려야 할 상황이지만 정부의 보조금 축소 방침에 적정한 소비자 가격 책정에도 애를 먹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전기차 구매를 계획한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내년 전기차 보급 목표를 올해보다 2배 증가한 23만5,000대로 정했다. 하지만 내년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1조9,532억 원으로, 올해보다 8,000억 원 높게 잡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정부가 지원해주는 전기차 보조금은 올해 대당 800만 원에서 내년엔 600만 원으로 줄어들 조짐이다.
전국 지자체에서 지원되는 전기차 보조금 또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전은 올해 700만 원인 지자체 보조금을 내년엔 500만 원으로, 대구와 부산은 45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인천은 480만 원에서 360만 원으로 각각 하향조정한다. 울산(내년 450만 원)과 광주(400만 원)도 올해보다 내년 지자체 보조금을 100만 원가량 축소한다. 다만, 서울은 올해와 동일한 200만 원으로 유지한다. 당초 400만 원이었던 지자체 보조금을 올 하반기 200만 원으로 한 차례 낮췄기 때문이다.
전기차 가격에 따라 차등 지원될 보조금 지급 기준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올해는 판매 가격 6,000만 원 미만의 전기차에만 보조금 100%를 지급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5,500만 원 미만의 전기차에만 보조금 100% 지원을 검토 중이다. 지급 기준이 바뀔 경우 현재 5,000만 원 후반대에 판매 중인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9,000만 원 이상 고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미지급 규정은 유지될 전망이다.
전기차 보조금 삭감 소식에 내년 전기차 구매를 계획했던 소비자들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구입 비용이 최소 200만 원 이상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서울에서 보조금 1,000만 원을 지원받아서 3,980만 원에 구입할 수 있었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2WD 롱레인지’ 모델의 내년 실 구매 가격은 4,180만 원이다. 기아 ‘EV6 2WD 롱레인지’ 구입 가격도 올해 4,020만 원에서 4,220만 원으로 오른다.
수입차 가격 변동은 더 심하다. 물량이 모두 소진된 테슬라의 ‘모델3’는 올해 5,062만 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신차 가격이 5,999만 원이지만, 총 937만5,000원의 보조금 혜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가격이 5,824만 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정부 보조금 삭감과 함께 차량 가격 인상으로 인한 보조금 혜택도 절반으로 줄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내년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에 맞춰 차량 가격 인하를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도 받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전기차 판매까지 늘리기 위해서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등 수입차 업체들도 100% 보조금을 받기 위해 신차 가격의 추가 인하 검토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아직까지 보조금 규모만큼만 팔리는 차종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대당 지급하는 보조금뿐만 아니라 기준 변경까지 있을 경우 소비자 부담 증대는 물론, 전기차 시장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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