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극약 처방으로 꺼내든 '비축유 방출' 카드도 고삐 풀린 국제 유가의 상승세를 제어하진 못했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 영국, 인도까지 손잡고 역대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유 방출 소식에 국제 유가는 급등세로 응수하면서다. 아직까지 단언하긴 어렵지만 일각에선 바이든 미 대통령의 비축유 방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3%(1.75달러) 오른 78.50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이틀째 상승 추세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소비국들의 방출 결정 소식도 국제 유가의 상승세를 막진 못한 꼴이다. 사전에 예고됐던 각국의 비축유 방출 방침이 시장 가격에 이미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미국 측의 원유 증산 요구를 거부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분위기가 시장에서 더 크게 작용한 모양새다. 다시 말해, 다국적 국가의 비축유 방출 소식을 OPEC가 희석시키면서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만 이어진 흐름이다.
당장, 발표된 비축유 방출량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까지 각국에서 약속한 비축유 방출 규모는 미국 5,000만 배럴, 인도 500만 배럴, 일본 420만 배럴이다. 8월 말 기준 약 9,7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보유 중인 한국은 4~5%에 해당하는 물량을 ‘현물 대여’ 형태로 방출하겠단 계획을 내비친 가운데 조만간 비축유 방출 물량과 시기가 담긴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대부분 자국에서 2~4일 정도면 소진될 분량으로 알려졌다.
국내 에너지 전문가들도 미국 주도로 이뤄진 비축유 방출은 근본적인 유가 해결책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 공조로 공급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어 일시적으로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본다”며 “석유 수요가 많은 동절기가 지나가고 내년 봄이 오면 지금 정도의 (높은)유가 수준을 유지하진 않을 거라고 보면, 물가 인하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결국 산유국들이 이번 미국 결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따라 유가 추이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산유국들이 증산 속도를 조정해버리면 비축유 방출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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