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올해 대미 수출비중이 17년 만에 15%를 돌파할 전망이다. 대중 수출에 의존해왔던 한국경제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미국 매출 규모도 중국을 추월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올인 중인 바이든 미 행정부의 최근 행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수출의 무게 중심도 미국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최근 5년간 대미·대중 해외비즈니스 변화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대미 수출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0%로, 지난 2004년(16.9%) 이후 최대치에 달할 것으로 점쳐졌다. 반면 올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비중 가운데 중국은 25.2%에 그쳤다. 지난 2018년(26.8%) 이후 하향곡선만 이어가는 추세다. 최근 5년간(2017~21년 10월) 누적 대미 수출을 보면 직전 5년간(2012~16년) 대비 17.9% 증가한 반면, 대중 수출은 같은 기간 7.1%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지난 2001년 20.7%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비중은 10년 만인 2011년 10.1%로 급감했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대중 수출량이 크게 늘어난 영향도 컸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대미 핵심 수출품목이던 무선통신기기와 의류, 폴리염화비닐(PVC) 등의 퇴조가 점차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가용 차량 수출에만 치중했던 우리나라는 미국에선 인기 차종이었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트럭 개발에 고전, 현지 시장 공략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출 바람과 현대차의 잇단 현지 SUV 출시로 대미 수출 비중이 살아났고, 이후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경제확산과 2020년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수요로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의 대미 수출이 최근 2년간 50%나 급증하면서 수출 비중도 늘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중국 현지매출은 2013년 정점(2,502억 달러)을 찍었다가 2019년 1,475억 달러까지 축소된 반면 미국 현지매출은 같은 기간 1,223억 달러에서 1,445억 달러로 늘어나면서 지난해엔 역전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흐름에 대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수출 비중에서 중국은 감소하고 미국은 증가하는 양상이 반드시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는 진단에서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크게는 미국의 자국 공급망 구축 정책과 중국의 자립형 경제체제 추진으로 우리나라 수출구도에서 미국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수입이든 수출이든 다변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당분간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미국으로 쏠릴 것이란 전망엔 힘이 실린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바이든 미 행정부는 미국우선주의에 기초해 4대 핵심품목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 및 수출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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