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00일… 툭 하면 결항 울릉도 뱃길
대형 크루즈선 취항으로 '전천후' 뱃길 열려 주민들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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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영일만신항과 울릉도 사동항을 운항하는 크루즈선.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울릉도가 이제 육지가 됐네요.”
울릉도는 독도와 함께 경북도 울릉군에 속한 대한민국 동해상의 섬이다. 한일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억지를 부리고, 울릉도도 세인들의 화두에 오르곤 한다. 지세가 수려하고, 맑은 물과 공기 등 청정자연환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신비의 섬’으로 불리곤 한다.
울릉도(鬱陵島)는 글자 그대로 꽉 막힌 언덕 같은 섬이다. 평지가 적고, 섬 전체가 급경사이다 보니 사람의 발길이 제대로 닿지 못했고, 자연스레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해안지형도 우리나라 어느 섬보다 험준하다. 천연항만에 가까운 울릉도 관문항 도동항이 있지만, 여러 척의 배를 동시에 댈 수 없는 데다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접안이 불가능했다. ‘외로운 섬’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지난해 10월 울릉도의 새로운 관문항이 사동항 2단계 접안시설이 완공되고, 지난 9월 16일부터 1만2,000톤급 대형 크루즈선이 취항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연간 100일에 이르던 여객선 결항률이 10일 정도로 ‘확’ 줄었다. 뱃길이 막혀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현재 추진중인 사동항 3단계 확장사업과 2025년 말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이 들어서면 울릉도는 더 이상 외롭지 않은 섬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울릉 주민들은 환호했다. 관광객이 늘어 지역경기가 활기를 띠게 됐고, 머리 하러 육지로 나간다고 할 정도로 일상이 편리해진 때문이다. 의료봉사차 고향 울릉도를 방문한 박언휘(내과전문의) 박언휘종합내과 원장은 “(중학교 선발고사 시험을 치르던 때)대구 경북여중에 원서를 냈는데, 배가 뜨지 않아 시험을 보지 못한 게 한이 됐다”며 “이제 태풍 등 특별한 일이 아니면 언제든지 고향에 갈 수 있게 됐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박 원장 등 의료봉사단은 21일 내과전문의가 없는 울릉군보건의료원에서 주민 50여명을 대상으로 내과진료를 했다. 박 원장을 비롯한 대구ㆍ경북울릉향우회 의료봉사단은 앞으로 매달 1회 울릉도 현지 의료봉사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울릉도가 이제 육지가 됐다”고 선언했다. 육지에서 울릉도까지 다리를 놓지 않는 한 육지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울릉 주민들 입장에선 1년에 석 달 열흘은 발이 묶였는데 이제 1년에 열흘 정도만 참으면 되니 “육지가 됐다”는 말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이철우 지사는 ‘새바람 행복버스 울릉군 현장간담회’ 등을 위해 지난 21일 0시 30분 포항 영일만신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전 7시에 울릉도 사동항으로 입항했다. 현지 일정을 소화한 뒤 22일 오전 7시 풍랑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서도 사동항에서 출항, 오후 1시40분쯤 무사히 영일만신항으로 복귀했다. 종전 같으면 헬기가 아니면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일정이다. 이날 다른 여객선은 모두 결항했다. 이 지사는 “도지사 선거운동 하러 울릉도에 왔을 때 이것(연간 100일 이상 뱃길이 끊긴다는 것은)은 인권에 관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사시사철 통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다행히 지난 9월부터 1만2,000톤급 크루즈가 운항되어 파고 5m에도 순항 중”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나 지방정부로부터 소외 받는 국민이 없도록 더욱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는 교훈으로 새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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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왼쪽 4번째) 경북도지사, 김병수(5번째) 울릉군수, 함인석(3번째) 포항의료원장 등이 21일 울릉군보건의료원에서 순회진료 산부인과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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