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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해칠지 모를 스토커에게 겨우 과태료? "스토킹처벌법 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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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해칠지 모를 스토커에게 겨우 과태료? "스토킹처벌법 고쳐라"

입력
2021.11.24 01:0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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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응급조치는 접근금지 경고
가해자가 어겨도 과태료 처분뿐
형사처벌은 검찰·법원 거쳐야 해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1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이달 19일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 김모씨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일어났다. 스토킹 피해 신고 후 신변보호까지 받던 여성이었는데도 그랬다. 스마트워치 긴급신고 버튼을 눌렀지만 부정확한 위치값이 떠 경찰이 제때 대응하지 못해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위치값이 정확히 나왔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아니오"라고 말한다. 여전히 스토킹을 사랑싸움 정도로 바라보는 한, 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이번 사건이 드러냈다는 문제제기다. 스토킹처벌법부터 제대로 고치라는 주장이다.

스토커 제압은 피해자 보호 위한 것

스토킹처벌법 관련 신고 건수

스토킹처벌법 관련 신고 건수

2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개최한 '스토킹 피해자 보호와 지원 강화를 위한 입법 과제'에선 현 법안의 문제점과 개정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우선, 어기면 그만인 가해자 제재가 도마에 올랐다. 가해자에게 긴급응급조치, 잠정조치 등을 내릴 수 있는데, 긴급응급조치는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수준이다. 어겨도 과태료에 그친다. 잠정조치는 접근 금지 등을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을 한다. 가해자 인신구속(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검찰과 법원을 거쳐야 한다. 급할 때는 긴급응급조치밖에 없는데, 과태료 부과는 사실상 효과가 없다.

스토킹처벌법의 가해자 제재 조치 주요 내용. 박보람 법률사무소 비움 변호사 제공

스토킹처벌법의 가해자 제재 조치 주요 내용. 박보람 법률사무소 비움 변호사 제공

김씨의 경우 경찰이 잠정조치로 피해자 100m 내 접근금지와 통신금지를 명령했지만 구속까진 가지 않았다. 협박 단계에서 언제 물리적 위해로 이어질지 예상이 어려운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감안하면 느슨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보람 법률사무소 비움 변호사는 "스토킹에서 가해자 유치는 피해자 보호 개념이어야 하는데, 다른 범죄자의 구속처럼 생각하다 보니 소극적"이라며 "긴급응급조치 위반에 가해자 유치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토킹 요건 까다롭고 신변보호 허술

스토킹에 대한 '정의'에도 한계가 있다. 지금의 스토킹처벌법은 ①상대방 의사에 반하여 ②정당한 이유 없이 ③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④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등 행위로 ⑤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란 5가지를 충족해야만 스토킹으로 본다. 이를 지속하거나 반복해야 스토킹 '범죄'다. 이럴 경우 '의사에 반할 것'이란 구절을 두고 무슨 의사를 어느 정도로 얼마나 자주 표출했는지,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신변안전조치 또한 경찰이 실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스토킹 신고로 보복당할 우려가 있는 피해자' '반복적으로 위해를 입었거나 입을 구체적 우려가 있는 사람' 등은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서 정도만 있다. 경찰에 따라 좁게 해석하면 보호 시기를 놓칠 수 있는 셈이다.

스토킹 관련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스토킹 관련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포괄적 요건'으로 빈틈 없애야

전문가들은 일일이 해당 사항을 열거하는 방식에 더해 포괄적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백 부작용을 막고, 기술 변화에 따라 새롭게 나타날 스토킹 행위도 예방하기 위해서다. 김현아 변호사는 "독일은 스토킹 정의 규정에 '이와 비교할 수 있는 그 밖의 다른 행위'를 달아놨다"며 "열거 행위로 제한할 게 아니라 '이에 준하는 행위'와 같이 보충 요건을 둬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가정폭력처벌법처럼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보호를 신청하는 '피해자 보호명령제도' 도입, 반의사불벌죄 삭제 주문도 나왔다. 박 변호사는 "보복 두려움이 큰 상황에서 피해자가 의사를 제대로 밝히기도 어렵거니와 처별 여부가 피해자 의사에 좌우되면 오히려 피해자가 부담과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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