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 정권 시절 중요 정책을 총리 주도로 결정했던 ‘관저 1강’ 시대와 달리 여당을 존중하고 협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듣는 힘’을 강조한 총리로서 취약한 당내 기반을 고려해 소통에 힘을 싣는 것은 좋지만 한편에선 자민당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자민당의 아소 다로 부총재,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과 점심 식사를 하며 향후 정국운영과 내달 소집되는 임시국회 대응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동석해, 정부의 ‘투 톱’이 한꺼번에 자민당 핵심 간부들과 머리를 맞댄 형식이 됐다. 신문은 지난 16, 18일에도 총리가 직접 당 본부를 찾아가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눈 사실을 지목하며 “정부와 자민당 사이 소통이 잘 되도록 하고 싶어 하는 총리의 의향이 강하게 드러났다”고 평했다.
아베 내각은 관저 주도, 기시다 내각은 관저·여당 간 소통 강조
역대 최장 정권이었던 아베 내각에서는 총리관저가 정책을 주도하고 당 운영은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둘 사이의 조정 역은 스가 요시히데 당시 관방장관이 맡았다. 흔히 일본 정치의 특징으로 불려온 이른바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決められない政治)’를 아베 시대 극복한 것이다. 아베 정권 시절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여당 핵심인 니카이 간사장이 총리관저를 방문하는 일이 잦아 자민당에선 "당이 정부의 하청기관이냐"는 불만도 있었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당정 관계를 “수레의 두 바퀴”로 표현하면서, ‘정고당저(政高党低)’가 아닌 ‘정고당고(政高党高)’가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규정했다.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도 아소 부총재 및 모테기 간사장과 수시로 소통하며, 곧 정례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 영향력 지나치게 강해져 '정저당고(政低党高)' 같아"
다만 “총리 측의 배려가 지나치면 당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9일 발표한 ‘대규모 경제대책’의 규모가 첫 예상보다 계속 커져 무려 55조7,000억 엔의 사상 최대 규모가 된 것은 아베 전 총리가 요구했기 때문이었고, 지난 총선용 자민당 공약도 “다카이치 사나에 정무조사회장이 혼자 만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기시다 색깔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총리관저의 방침이 뭔지 보이지 않고 당의 결정에 대한 원칙도 없는 상황에서 당의 관여만 늘린 결과 ‘정저당고(政低党高)’로 보이게 됐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도 “‘정고당저’ 해소는 좋지만 ‘정저당고’는 좋지 않다"며 "정책 결정에는 양자 균형이 중요하다”는 경제부처 관료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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