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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휴스턴의 앙금’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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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휴스턴의 앙금’ 풀 수 있을까

입력
2021.11.23 14:50
수정
2021.11.23 14:5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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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세계탁구대회에 美中 첫 혼성팀 참가
중국인 가장 좋아하는 美 도시에서 '화해 시그널'
총영사관 재가동 기대... "美에 달려" 비판 여전

미국 법 집행 기관 직원들이 지난해 7월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의 닫힌 뒷문을 열려고 잡아당기고 있다. 미국은 이곳을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의 근거지로 지목해 72시간 이내에 폐쇄할 것을 요구했다. 휴스턴=AFP 연합뉴스

미국 법 집행 기관 직원들이 지난해 7월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의 닫힌 뒷문을 열려고 잡아당기고 있다. 미국은 이곳을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권 절도의 근거지로 지목해 72시간 이내에 폐쇄할 것을 요구했다. 휴스턴=AFP 연합뉴스


“난폭하고 부당한 정치적 도발이다.”

지난해 7월 22일, 중국 외교부


지난해 7월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자 중국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을 맞폐쇄했다. 당시 중국 관영매체들은 ‘국교 단절’까지 거론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두 재외공관은 이후 1년 4개월간 문이 닫힌 채 미중 갈등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양국의 앙금이 쌓인 곳에서 변화의 전기가 마련됐다. 휴스턴에서 23일부터 일주일간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미국과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혼합복식 팀을 꾸려 출전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특별한 장소에서 미중 양국이 서로에게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내년 대회 개최 장소는 중국 청두다. 양국은 1971년 탁구를 통한 ‘핑퐁 외교’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뒤 79년 수교를 맺은 전례가 있다. 현재 양국이 가장 껄끄럽게 맞붙고 있는 두 도시에서 과거의 경험이 잇따라 재현되는 셈이다.

미국과 중국의 상호 재외공관 개설 시기.

미국과 중국의 상호 재외공관 개설 시기.


휴스턴은 중국이 수교 이후 미국에 첫 번째 영사관을 개설한 곳이다. 휴스턴은 선전, 톈진, 상하이, 우한 등 중국 4개 도시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스포츠 영웅으로 꼽히는 야오밍은 미 프로농구(NBA) 드래프트에서 중국인 최초로 1순위 지명을 받아 휴스턴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미국 다른 도시에 비해 휴스턴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과 관심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장텅쥔 중국국제문제연구원 미국연구소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이 세심한 조율을 거쳐 핑퐁 외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 해빙을 기념할 장소로 휴스턴을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댜오다밍 런민대 교수는 “50년 전 양국 지도자의 중대 결심 덕분에 중국과 미국 관계가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험악한 분위기에서 벗어나려 다시 탁구를 선택한 만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재개관할 가능성도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7월 중국 쓰촨성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 건물 입구에서 주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자 중국은 맞대응으로 이곳을 폐쇄했다. 청두=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중국 쓰촨성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 건물 입구에서 주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자 중국은 맞대응으로 이곳을 폐쇄했다. 청두=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중국의 기대가 결실을 맺기엔 아직 상황 진척이 더디다. 폴리티코 등 미국 매체들이 지난 16일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총영사관 재가동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백악관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상회담 이후 양국 모두 이 사안에 대한 추가 설명은 없었다. 미중 정상이 결단을 내릴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이 먼저 휴스턴 총영사관을 일방적으로 폐쇄하면서 이유로 내건 ‘스파이 활동’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역공을 펴고 있다. ‘미국이 청두 총영사관 업무 재개를 요구했다’는 일부 관측에 대해서도 “미국의 성의 있는 행동이 먼저”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친강 주미 중국대사는 “청두 총영사관의 문을 다시 열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텅쉰왕은 “중국 위에 군림하려는 미국이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진솔한 자세로 나오지 않는 한 그들의 요구를 결코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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