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사회당', 주지사 23곳 중 20개 싹쓸이해
야권 "불법 체포와 언론 검열 일삼은 부정선거"
미국 "마두로가 베네수엘라인 미래 빼앗았다"
3년 반 만에 여야가 모두 참여한 베네수엘라 선거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사회당(PSUV)이 압승을 거뒀다. 지방선거이긴 했으나, 미국 등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마두로 정권으로선 당분간 철권통치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그간 공정성 문제로 선거를 보이콧해 왔던 야당이 “이번에도 정부가 손을 쓴 부정선거”라며 반발하는 데다, 마두로 정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서방 진영 또한 “중립성이 훼손됐다”고 비판하고 있어 베네수엘라 정국 안정은 요원해 보인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베네수엘라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사회당이 23개 주(州) 가운데 20곳에서 주지사를 당선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의 싹쓸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아름다운 승리”라며 “모든 국민이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새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反)마두로’의 대표 주자인 후안 과이도가 이끄는 야권은 3년 6개월 만에 선거에 참여했으나, 참패를 맛보게 됐다. 2018년 5월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 성공 이후, 야권은 불공정 선거를 지적하며 모든 선거에 참여하지 않아 왔다. 당시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유력 야당 후보의 출마를 금지하는 등 ‘꼼수’를 썼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이후에도 국회를 무시하는 폭정을 일삼자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과이도는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으로 칭하며 과도정부를 수립했다. 현재까지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마두로 대통령이 아니라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국가 수반’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 야권이 후보를 낸 건 ‘유럽연합(EU) 참관단의 감시’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절차 왜곡’이라는 문제 제기는 어김없이 나왔다. 유력 야권 후보의 체포 또는 출마 금지는 물론, 언론 검열도 강화됐던 탓이다. 투표 당일 사건사고도 이어졌다. 예컨대 술리아주에선 투표소 앞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최소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라라주에선 인권운동가 2명이 투표소 현장 사진을 찍다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마라 타라치우크 휴먼라이츠워치 부국장은 “과거 선거 때도 목격했던 현상들”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여당의 압승에도 불구, 투표율은 41.8%에 그쳤다.
미국은 ‘결함 있는 선거’라며 날을 세웠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 인민이 자신의 미래를 그릴 기회를 마두로가 빼앗았다”며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못했던 선거”라고 비판했다.
마두로 정부는 일부 투표소에서의 폭력 발생 등은 시인하면서도, 선거 중립성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일부 투표소의 개별적 문제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회당 승리를 축하한 곳은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 중인 쿠바 정도뿐이다.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 국민의 혁명적 승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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