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2기 촛불정부를 원하지만 민주당은 좀 갈아치웠으면 한다. 이것이 민주당 후보가 돌파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진보진영의 원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다음에 집권할 정부는 ‘2기 촛불정부’여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시민들이 ‘촛불혁명’을 일으켰고 이를 발판으로 촛불정부가 들어섰지만 잘한 일만큼이나 실망스러운 일이 많았으므로 앞으로 새로운 촛불정부가 탄생해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 교수는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처럼 밝혔다. 책에서 백 교수는 자본주의 시대인 근대에 적응하고 사회적 문제를 극복하는 길을 논의하면서(이중과제론) 동시에 남한과 북한이 점진적이고 단계적이며 창의적으로 통합해야 하는 이유를 역설한다(분단체제론). 근대 문명을 성찰하는 ‘이중과제론’과 한반도 현실을 분석하는 ‘분단체제론’의 관점에서 촛불혁명 전후의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것이다.
"촛불혁명은 현재도 진행 중"
1기 촛불정부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서 백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어떤 면에서는 무능한 정부, 준비가 덜 된 정부였는데 이만큼 해온 것은 촛불혁명이 아니고 어떻게 가능했겠느냐”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촛불혁명이 지금도 진행 중이며 촛불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의지와 더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진 2기 촛불혁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백 교수는 이번 정권이 촛불혁명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자처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그 초심은 그대로 간직했다고 본다”면서 “그것을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데 민주당 안이라든가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진심으로 우리가 촛불혁명의 통로가 되겠다는 마음을 초장부터 얼마나 가졌는지 확실하지 않고 뒤로 갈수록 그런 것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정권이 곧 2기 촛불정부는 아냐"
이번 저서에는 ‘2기 촛불정부를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과 동일시하는 것은 정확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주장이 담겼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정권이 아닌 2기 촛불정부를 상정하기는 힘들지만 첫 문민정부였던 김영삼 정권은 물론 5공화국과의 연속성이 두드러졌던 노태우 정권조차 국민들이 쟁취한 새 헌법 아래 탄생했고 남북관계와 북방외교에서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는데 민주당정권만이 민주정권인 양 말하는 것은 87년 체제 기득권의 일부를 착실히 누려온 민주당 특유의 오만이며 촛불혁명이라는 역사적 분기점을 흐려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백 교수는 “민주당이 4기 민주정부라는 말을 쓰는데 그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라면서 “(정확한 표현은) 4기 민주당 정부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백 교수는 “(대선) 경선에서는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니까 후보들이 그 표현을 안 쓸 수가 없다”면서도 “후보가 표현을 쓰든 안 쓰든 4기 민주당 정부가 자동적으로 2기 촛불정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모르면 다음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도 2기 촛불정부 불편한 사람 상당수"
백 교수는 “불행히도 민주당 안에는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하면 됐지 꼭 2기 촛불정부를 해야 되느냐(라는 의견이 있다)”면서 “오히려 2기 촛불정부가 되면 더 불편할 게 많은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야당과 야당을 지지하는 수구세력 진영에서도 2기 촛불정부가 아니라면 민주당 정부도 참아줄 수 있지 않느냐는 정서가 있다”면서 “2기 촛불정부를 만들어야겠다는 분명한 소명의식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은 2기 촛불정부 원하는데 민주당은 원하지 않는 딜레마"
백 교수는 “대부분의 민주당, 특히 국회의원의 경우는 정권 재창출, 민주당 정부 제4기, 나아가서는 자기 자신의 재선이 중요하다”라고 진단하면서 “문제는 국민들이 민주당, 민주정부 제4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것이 딜레마다. 촛불혁명을 일으킨 시민들은 2기 촛불정부를 원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민주당정부 제4기가 아니면 2기 촛불정부라는 게 성립하기 어려운 정치구조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돌파해야 할 과제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세력이 연합해 만들어진 ‘촛불동맹’이 와해됐다는 분석에 대해서 백 교수는 “촛불연합은 와해될 수밖에 없었다”고 의견을 밝혔다. 백 교수는 “국민의 80% 정도가 박근혜 탄핵을 원했는데 그 중에는 박근혜만 탄핵하고 싶었지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기를 원하지 않는 세력이 많았다. 그때 새누리당을 탈당해서 국회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많은 분들이 얼마 안 가서 복당하지 않았는가. 그 분들은 대부분 박근혜가 살아서 돌아오면 우리는 죽는다는 인식으로 했던 것이고, 그래서 그들까지 포함된 80% 동맹이란 것은 깨질 수밖에 없고 깨져야 마땅했다”고 설명했다.
"2기 촛불정부가 각종 개혁 이어가야"
이어서 백 교수는 “그런데 그들뿐만 아니라 이 정부가 더 유능해서 끌어안고 갔어야 할 많은 세력도 지지세력이 떨어져 나간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이 정부가 잘못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수구세력이) 재정비를 했고 촛불혁명 덕분에 그런 세력이 확 바뀌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들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본다. 거대 야당의 이야기만은 아니고 검찰도 그렇고 사법부, 언론계도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촛불혁명의 큰 성과이고 지금도 촛불혁명이 진행 중이라는 증거의 하나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2기 촛불정부의 과제는 그러한 ‘민낯’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뒤따랐다. 백 교수는 “이미 시작한 검찰개혁도, 언론개혁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국민들 위로하고 억울한 일 당한 사람들 한을 풀어주는 특별 입법도 하고 국민의 선한 기운을 많이 북돋워 주기는 했지만 못한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 사회가 한편에서는 그야말로 악의에 넘치는, 악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돼 버렸다. 그런 기운을 돌려놓는 일이 다음 대통령이 할 큰 일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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