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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 게르기예프 "지휘자에게 중요한 건 지휘봉 아닌 눈빛과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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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 게르기예프 "지휘자에게 중요한 건 지휘봉 아닌 눈빛과 표정"

입력
2021.11.23 15:47
수정
2021.11.23 16: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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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의 내한공연 앞두고 23일 기자 간담회

2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다음 날 열릴 내한공연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2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다음 날 열릴 내한공연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만약 큰 지휘봉을 사용하면 연주자들의 주의를 방해할 수가 있죠. 음악의 감성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것은 지휘자의 눈빛과 표정입니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포디엄의 차르'로 불리는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자신이 작은 지휘봉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러시아 출신의 거장으로서 현재 마린스키 극장 예술감독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인 그는 독보적인 음악성뿐만 아니라, 독특한 지휘봉으로도 유명하다. 흡사 이쑤시개를 닮은 초소형 지휘봉을 즐겨 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처음 그의 지휘를 본 관객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게르기예프는 지휘봉 대신 손으로 지휘하는 상황에서는 "만약 내 손가락이 12개였다면 아마도 지휘를 할 때 12개를 전부 사용했을 것"이라며 "아쉽게도 10개밖에 없으니 10개라도 다 활용하려고 노력한다"고 농담을 했다.

이날 간담회는 다음 날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 예정인 '마린스키 스트라디바리우스 앙상블'의 내한공연을 계기로 개최됐다. 이번 공연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으로 러시아 음악을 세계에 전파하는 사업인 '러시아시즌'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게르기예프의 한국 방문은 2년 만이다.

24일 공연에 참여하는 40여 명 규모의 체임버 오케스트라(앙상블)는 게르기예프의 주도로 2009년에 창설됐다.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수석 단원을 주축으로 구성됐는데, 공연 제목처럼 스트라디바리와 과르네리, 과다니니, 아마티 등 세계 최고의 현악기 명기들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1번('고전')과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리아도프의 '마법의 호수',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멘델스존 교향곡 4번('이탈리아')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례적으로 같은 날 오후 2시와 8시 두 차례에 걸쳐 공연을 하는데, 프로그램은 조금씩 다르다. 저녁이 아닌 오후 공연을 추가로 편성한 배경을 두고 공연 주최 측인 인아츠프로덕션은 "여러 도시로 투어를 가는 것이 좋겠지만,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연주자들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같은 공연장에서 2회 공연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왼쪽)와 알렉세이 레브데브 러시아시즌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문화 교류를 통한 국가 간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게르기예프는 "문화는 국가들 사이에 놓인 (민감한) 이슈를 초월하는 힘이 있다"면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미국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잘하면 미국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역시 잘 유지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발레리 게르기예프(왼쪽)와 알렉세이 레브데브 러시아시즌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문화 교류를 통한 국가 간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게르기예프는 "문화는 국가들 사이에 놓인 (민감한) 이슈를 초월하는 힘이 있다"면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미국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잘하면 미국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역시 잘 유지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 중인 최정상급 지휘자지만 공연을 앞두고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연중 150회 이상 무대를 누볐겠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공연이 줄었기 때문이다. 게르기예프는 "너무 많이 쉬어서 이제는 그만 쉬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처럼 오랜 시간 집에서 머물렀던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함께하고 있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에 대해 "젊은 연주자가 많은 악단인데, 그들은 차이콥스키를 비롯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수상한 우수한 인재들"이라며 "이들과 공연하면서 교수, 선배로서 많은 소통을 해왔고 그 결과는 항상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게르기예프는 또 오스트리아 빈과 독일 드레스덴의 사례를 들며 "세계적인 극장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오케스트라가 필수적"이라며 "마린스키 또한 그 길을 걷고 있다"고 자평했다.

게르기예프는 한국에서 보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는 "한국 관객들이 오케스트라 공연뿐만 아니라 오페라와 발레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오페라인 '호반시나'를 조만간 무대에 올릴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호반시나'는 무소르그스키의 작품으로, 17세기 말 러시아에서 일어난 사회적 변화를 그린 시대극이다. 게르기예프는 "한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통상 2~3년의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지만 예술가가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안에도 공연은 이뤄질 수 있다"며 "팬데믹 시대에는 더욱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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