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살인에 페미니즘 선동이라는 野 대표 몰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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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 살인에 페미니즘 선동이라는 野 대표 몰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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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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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당대표는 21일 교제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여성 안전을 촉구하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을 향해 '젠더 갈등화'이자 '선동'이라고 비난해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데이트폭력으로부터 여성의 안전을 촉구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주장에 21일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라며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이 사라져야 한다”고 억지 주장을 폈다. 여자를 죽이지 말라고 한 게 ‘젠더 갈등화’이고 ‘선동’이라니 이런 궤변이 없다. 아무리 이대남의 반페미니즘 정서를 기반으로 탄생한 야당 대표라 해도 비참한 교제 살인 앞에서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몰상식은 도를 넘었다. 개탄스러운 정치의 후퇴다.

장 의원이 여성 안전을 촉구한 계기는 18일 30대 남성이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아파트 19층에서 떨어뜨린 사건이었다. 20일에도 스토킹당하던 한 여성이 신변보호 신청에도 결국 살해당했다. 지난달 무기징역이 선고된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여성이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동생과 어머니까지 3명을 참혹하게 살해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5년간 데이트 폭력 신고는 8만1,056건이고 이 중 75.4%가 살인, 성폭력, 폭행·상해, 체포·감금·협박 등의 강력범죄였다. 피해자의 절대다수가 여성이다. 이 심각한 젠더 폭력의 현실을 고유정 사건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이를 페미니스트의 선동이라 몰아붙임으로써 이 대표는 목숨 잃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과거 세월호 막말 정치인처럼 공감능력 없는 혐오 정치를 펼치는 것이다.

젠더 폭력과 여성의 불안감은 엄연한 현실이다. 헤어지자고 하거나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무시했다는 이유로 맞거나 성폭행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대표가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남자들의 억울함만 호소하면서 젠더 폭력은 방치되고 악화한다. 정의당 외 정치인들이 이대남 표를 의식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문제다. 21세기 한국에서 성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짓밟히고 있는 데에 정치인들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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